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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글쓰기

사소한 결별_2018년 여름

by 종업원 2023. 9. 26.

2018. 9. 25
 

내가 알던 한 사람의 뼈가 부러졌을 때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욕을 해주고 싶었다 그에게
매일 들여다보고 있던 식물의 줄기가 꺾였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싶었다
 
몇년만에 만난 사람은 똑바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멀리서 보자마자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꿈속에서 
그들은 여전히 나를 괴롭혔다
 
커다란 수박을 쪼개어 플라스틱통에 나누어 담았다
안녕 내년에 다시 만나자
올해 마지막 수박에게 인사를 하며 조각낸 수박을 고기처럼 먹었다
 
조각난 조각들이 다른 곳에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해
간절함 없이 기도했지만
절벽 같은 슬픔으로
벼락 같은 말로
돌아오리란 것도 예감할 수 있었다
평범한 것을 유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사소하게 떨어져나온 조각일테니까
 

제비뽑기처럼 시제를 적어넣은 쪽지를 무작위로 나누어 가진 후 금강공원을 걸었다. 아마도 '결별'이라 적힌 쪽지를 뽑았던 거 같다.

 


 

가을에 <반나절 글쓰기>을 다시 꾸려볼까 싶어 메모를 확인하다가 2018년 반나절 글쓰기 흔적을 발견했다. 금강공원을 함께 걷고 장전동 어느 카페에 앉아 시를 쓴 뒤에 낭독했던 기억이 난다. 함께 걸었던 이들은 친구가 아니었지만 반나절동안 친구 같았고, 애인이 아니었지만 반나절동안 애인 같았다. 친구 없이, 애인 없이 걷고 떠들며 웃다가 글을 쓰며 한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