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15
























부모님을 떠올릴 때마다 홀로 눈물 짓는 날이 잦다. 건강하고 즐겁게 일하시던 모습도 많이 떠오르지만 너무 이른 나이에 몸이 아파 오래 고생하시기에 두 분이 아픈 몸을 내려놓으실 날을 생각하면 금새 슬픔으로 가득 찬다.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두 분이 맞이할 '끝'을 준비하고 싶다.
도시락을 챙기지 않는 날, 어머니께 전화를 해 저녁을 먹으러 가도 되는지 여쭤본다. 아버지가 일터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부모님댁에 들러 맛난 저녁을 먹고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후에 다시 작업실로 돌아오는데, 해가 떨어져도 여전히 날이 무덥지만 이 길을 따라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이 밝으면 책을 읽으며 걸었겠지만 해가 없으니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저번엔 고관입구에서 초량 골목을 따라 걷다가 부산역 뒷길을 지나 작업실까지 왔는데, 이번엔 고등학생 때 다니던 길을 거슬러 걸어봐야겠다 싶어 더듬더듬 길을 찾으며 걸었다. 예전 침례병원이 있던 자리 뒷쪽은 한참 전에 재개발이 되어 브랜드 아파트가 주인처럼 자리를 잡았고(근처 부동산 시세를 보니 6-7억이 넘는다!) 그 뒷쪽은 재개발 공사 준비로 주변이 횡하다. 찬찬히 살펴보니 다 사라진 건 아니어서 예전에 봤던 집과 길이 얼룩처럼 남아 있었다. 그 앞을 지날 땐 속도를 늦추어 천천히 걸었다. 키도 크고 인물도 좋아서 인기가 많았던 옛 친구가 살았던 집은 꽤나 가파른 길을 올라야 볼 수 있었는데, 굳이 그 집 앞을 지나고 싶어 땀을 흘리며 오르막길을 올랐다. 한 때 걸었던 길을 다시 걷는 이 시간이 여름 밤 짧은 여행 같기도 하고 희미한 꿈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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