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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

초량 산책

by 작은 숲 2025. 8. 18.

2025. 8. 15

저 친구들을 찍어야겠어, 라는 생각이 들어 급히 카메라를 키고 줌으로 당겨서 한 장 담았다. 최근에 극장에서 소마이 신지 영화를 두 편이나 보았는데, 그 때문에 저 친구들이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자주 갔었던 중앙도서관 수정 분관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그 외엔 많이 바뀌었다.
초량성당과 소림사
초록색 주차장 문과 초록 나무, 마치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을 위해 등불처럼 불 밝힌 교차로에 자리한 풍성한 마트.
러시아/중국 상해 거리와 동광동이 나뉘는 육교 위에서 한 장.
경월미장원 건물은 대만에서 보았던 건물과 무척 닮아 있었다. 동광동 뒷길엔 이런 건물이 꽤 많다.
빈 다세대주택과 호텔이 마주보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새로 들어선 호텔이 옛집을 가리고 있다.
사라지지 않은 동서약국과 소라계단을 닮은 계단. 빙글빙글 돌며 올라야 했던 소라계단은 진작에 엘리베이터를 놓으며 철거되었다.
작업실에 도착해서 부산타워를 슬쩍 담았다.


부모님을 떠올릴 때마다 홀로 눈물 짓는 날이 잦다. 건강하고 즐겁게 일하시던 모습도 많이 떠오르지만 너무 이른 나이에 몸이 아파 오래 고생하시기에 두 분이 아픈 몸을 내려놓으실 날을 생각하면 금새 슬픔으로 가득 찬다.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두 분이 맞이할 '끝'을 준비하고 싶다.

도시락을 챙기지 않는 날, 어머니께 전화를 해 저녁을 먹으러 가도 되는지 여쭤본다. 아버지가 일터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부모님댁에 들러 맛난 저녁을 먹고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후에 다시 작업실로 돌아오는데, 해가 떨어져도 여전히 날이 무덥지만 이 길을 따라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이 밝으면 책을 읽으며 걸었겠지만 해가 없으니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저번엔 고관입구에서 초량 골목을 따라 걷다가 부산역 뒷길을 지나 작업실까지 왔는데, 이번엔 고등학생 때 다니던 길을 거슬러 걸어봐야겠다 싶어 더듬더듬 길을 찾으며 걸었다. 예전 침례병원이 있던 자리 뒷쪽은 한참 전에 재개발이 되어 브랜드 아파트가 주인처럼 자리를 잡았고(근처 부동산 시세를 보니 6-7억이 넘는다!) 그 뒷쪽은 재개발 공사 준비로 주변이 횡하다. 찬찬히 살펴보니 다 사라진 건 아니어서 예전에 봤던 집과 길이 얼룩처럼 남아 있었다. 그 앞을 지날 땐 속도를 늦추어 천천히 걸었다. 키도 크고 인물도 좋아서 인기가 많았던 옛 친구가 살았던 집은 꽤나 가파른 길을 올라야 볼 수 있었는데, 굳이 그 집 앞을 지나고 싶어 땀을 흘리며 오르막길을 올랐다. 한 때 걸었던 길을 다시 걷는 이 시간이 여름 밤 짧은 여행 같기도 하고 희미한 꿈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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