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30 꼬리라고만 말할 수 있다면 2024. 10. 5 자고 일어났더니 꼬리가 생겼다! 아이 몸은 날마다 달라진다. 달라지는 몸을 가장 빨리 알아차리는 건 아이다. 아직 뼈가 여려 잘 다치기도 하지만 잘 자란다고도 할 수 있고, 잘 바뀐다고도 할 수 있다. 이 그림책은 달라진 몸을 알아차리는 일이 어린이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돌보는 일과 이어진다는 눈길을 담았다. 나를 가장 알 안다고 여긴 엄마 눈에 보이지 않는 꼬리가 동무 눈엔 보인다. 어른들 눈엔 보이지 않는 게 어린이들은 알아본다. 이건 그저 이야기 설정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니라 작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 서고, 편견없이 바라보기 때문에 아이들 눈엔 보인다는 뜻을 담았다고도 볼 수 있다. 어린이 몸이 달라지는 걸 곧장 ‘2차 성장’이라고만 봐선 안 되지 싶다. 스스로 몸을 살피는 일은.. 2024. 10. 5. 달리며 펼치는 살림―<진주 쓰깅> 자리를 열며 돌아본 달리기 살림 2024. 10. 4군대에 끌려가서 축구나 족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하면 믿어줄 사람이 있을까? 언제부터 달렸나를 떠올려보다가 어지간히도 ‘운동’을 하지 않은 내가 어쩌다 달리고 쓰는 모임을 열게 되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강원도 철원 산골짜기에서 해가 질 때부터 해가 뜰 때까지 철책선 앞에서 보초 근무를 서야 했기에, 집합 명령이 있었음에도 누가 족구장에 나오지 않았는지 자세히 살필 겨를이 없어 나는 보일러실에 숨어 시집을 읽으며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 소대 단위로 떨어져 지낸 부대 특성 때문에 축구를 할 일도 없었다. GOP 근무를 철수하고 바깥 부대로 돌아가서는 계급이 조금 높아져서 축구나 족구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만큼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낸 내가 숨 가쁘게 몸을 움직이게 .. 2024. 10. 5. 살림글살이(1)―쓸 듯이 쓰기, 쓰며 살기 2024. 10. 2작년 이맘때쯤 누구나, 언제나 비평 쓰기를 할 수 있으니 함께 써보자는 뜻을 품고 이라는 모임을 열었습니다. 그때 ‘매일’을 그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펼치는 나날’이라 풀어써보았고 ‘비평’을 ‘되비추기’라 다르게 써보았습니다. ‘연습’은 ‘갈고 닦는 일’이라 풀어썼는데 이를 ‘쓸고 닦는 일’이라 적어도 좋겠다 싶어요. 이를 엮어보면 ‘나날이 되비추(려)는 쓸고 닦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새삼 살림이 이미 이런 뜻을 넉넉히 품었구나 싶어요. 살림은 나날이 새롭게 펼치는 일일 테니까요. 어제 모임을 가만히 돌아보다(되비추기) 스르륵― 오늘이 새롭게 펼쳐집니다. 살림이 나날이 새롭게 펼치는 일이라면 살림글 또한 나날이 기쁘게 써야겠구나 싶더군요. 살림글쓰기 모임 자리에서 자주.. 2024. 10. 2. 2024년 하반기 <문학의 곳간> 작게 작게 열며 책과 나를, 글과 말을, 그때와 지금을 이어보는 2024년 하반기 안내합니다. 무척 더웠던 여름을 지나 가을부터 내년 겨울까지 다섯 갈래를 하나로 엮은 책 꾸러미와 함께 이야기를 펼쳐보려 합니다. "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접시를 내려놓을 수 있어요." ⏤희정, 『베테랑의 몸』 "검은 새 하나가 쇠사슬에 매달린 저울추처럼 땅이라는 접시 위에 오롯이 놓인 세상과 무게를 겨누며 높아지고 낮아지기를 반복한다." ⏤김숨, 『잃어버린 이름』 "노동 계급 청년들의 삶을 기록하고 싶다는 욕망을 느낀 것은 개인사와 지적 호기심 덕분이었다." ⏤제니퍼 M. 실바, 『커밍 업 쇼트』 "귀 기울여야 들리는 소리는 마침내 이야기가 된다." ⏤팀 잉골드, 『조응』 "나는 악수가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기를 .. 2024. 9. 11. 살림짓는 작은 아이 2024. 8. 31책장 한쪽에 그림책을 쌓아두었다. 느긋할 때 읽어야지 마음먹었지만 먼지가 쌓일 지경이어서 매일 아침 눈길만 주고 선뜻 펼치지 못했다. 어제는 어머니 생일이라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여 밥을 먹었다. 즐거웠고 감사했고 뿌듯했다. 푹 자고 일어나 녹차를 마시며 ≪티치≫(팻 허친스 그림/글, 박현철 옮김, 시공주니어, 1997)를 펼쳐보았다. 이 그림책은 빨랫줄에 옷가지를 널어둔 장면에서 시작되는데, 처음엔 크기와 색깔이 다른 옷이 눈에 띄었다. 다시 보니 얕은 언덕에 나무를 세우고 줄을 이어 빨랫줄을 만들었는데, 푸른 하늘 같은 배경을 그리지 않아서 파랗고 노랗고 빨간 옷가지가 더 눈에 들어온다. 세워둔 나무 아래엔 풀이 더 길게 자라 있어서 바람이 불어도 나무가 쓰러지지 않을 것 같다... 2024. 8. 31. 가위바위보―살림글쓰기를 열고 닫으며 2024. 8. 29 곰곰 생각해보면 ‘모임’이야말로 잘 가꾸고, 잘 꾸리고 싶은 살림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 그럴듯한 성과를 내기 위한 워크숍이나 프로젝트, 널리 알려진 이를 좇고 기대어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강연은 모임과 그야말로 다른 결을 가집니다. ‘모임’은 특별히 이끄는 힘도, 대단한 무엇도 없는 작고 느슨한 이름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러 힘으로 가득합니다. 모임은 ‘모으다’에서 왔겠지요. ‘여러 사람을 한 곳에 오게 하거나 한 단체에 들게 하다’는 뜻 안에 ‘한데 합치다’, ‘쌓아 두다’, ‘한곳에 집중하다’라는 갈래와 이어집니다.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어떤 일을 하려고 자리를 열어 사람을 모은다는 뜻도 있지만 ‘무언가에 이끌려 한 자리로 찾아오다’라는 갈래로도 풀 수 있습니다. ‘모임’을.. 2024. 8. 30. 이전 1 2 3 4 5 6 7 8 ··· 7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