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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가꾸는 생활글쓰기3

곧 더 큰 파도가 온다면 2017. 11. 15 사박사박 시는 갈팡질팡이 아니라 사박사박 어딘가로 자기도 모르게 붙좇아가다가 뜻밖의 곳에 이르러 가지고 있던 것 내던지고 입고 있던 옷 다 벗어버리고 눈앞에 펼쳐진 바다로 뛰어드는 것. ―김연희, 『넷째의 집』, 꾸뽀몸모, 2017 사박사박은 어디에서 온 말일까? 누군가가, 무언가가 천천히 다가오는 소리일까? 어쩌면 아이가 자신의 입보다 큰 과일을 베어무는 소리일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소리라기보단 몸짓에 가까운 기미를 감지할 수 있는 생활의 상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생활의 귀’에 관해서 말이다. 아마도 시인은 오랫동안 갈팡질팡 했을 것이다. 생활에서도, 시 쓰기에서도 말이다. 사박사박은 갈팡질팡의 이력 속에서 얻게 된 감각이기도 하겠다. 나는 여기서도 ‘무용한 것의 쓸모’.. 2017. 11. 16.
물 한 잔을 나누어 마시는 사람들 ‘유나’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미선’의 집에 얹혀 살며 가게 일을 돕고 있지만 본업은 따로 있다. 전설적인 소매치기 ‘강복천’이 유나의 아버지였고 이름값에 걸맞게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드나들었기에 유년 시절부터 홀로 커야 했던 유나 또한 살아가기 위해선 소매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2014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김운경 극본, JTBC, 2014)는 매회 놀라움의 연속이었지만 특히 놀라웠던 것은 등장인물들이 물을 나누어 마시는 장면이었다. 돈 많은 유부남과의 전략적 교제를 통해 생계를 유지해온 미선이 제 손으로 하는 거라곤 패션 잡지를 보는 것이나 휴대폰으로 고스톱 게임을 하는 것 정도인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물 한 잔을 달라고 유나에게 부탁 한다. 미선이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유나에게 컵을 .. 2017. 11. 1.
삶을 가꾸는 생활글 쓰기 강좌(12강) 9월부터 '생활글 쓰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대안적인 인문학이나 연구자 재생산 기반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엔 늘 대중 강좌 기획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었는데, 돌이켜보니 대학 수업 외에 정작 대중 강좌를 진행한 이력이 그리 많지 않다. 친구인 '히요'가 제안해주어 아직은 조금 불편한 에서 12강의 강좌를 열게 되었다. 모임 구성원은 20대에서 5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16명 가량 모였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의 분포도가 가장 높은데 대부분 직장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중앙동으로 오는 듯하다. 강좌명 중에 '삶을 가꾸는'이라는 표현은 이오덕 선생의 글귀에서 빌려온 것이고 '생활글 쓰기'는 70-80년대 한국 노동자들의 생활글 역사와 이어져 있다. 연초부터 진행해왔던 '한국 노동자 생활글.. 2017.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