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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타츠루3

단 한번의 계시 2015. 4. 20 키마이라는 그때 한 번밖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기술을 걸고 받는 자가 동일 인물이라도 신체의 자세가 다르고, 대응 방식이 다르고, 운동 속도가 다르면 '같은 키마이라'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일기일회의, 그 순간에 태어났다 사라지는 일회성의 생명체인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버릇'을 가진 것인지, 어떠한 '기능'을 갖춘 것인지, 어느 정도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지 사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끝난 뒤에 그 같은 일회성의 생명체로 한순간을 살았던 경험을 소급적으로 회상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것'과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이지요." ―우치다 타츠루,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박재현 옮김, 샘터, 2015, 156쪽) 1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키마.. 2015. 4. 21.
수업―증여―패스 2015. 1. 27 겨울 계절 학기 중에 학생들과 함께 본 영상 클립 하나를 올려둔다. 이 영상을 처음 본 건 2013년 겨울이었지만 수업 자료로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증여'와 관련 하여 세미나를 한번 만들어볼 요량으로 입문서격으로 읽기 시작한 우치다 타츠루와 오카다 도시오의 대담집 (김경원 옮김, 메멘토, 2014)을 출퇴근 길에 맛깔나게 읽던 중에 증여와 반대급부의 인류학적 작동을 훌륭하게 표상해주는 축구를 예로 들면서 는 지침이 인상적이었던 터라 오래 전에 써두었던 메모를 '현장'에서 풀어보았다. 마수미(Brian Massumi)가 축구(의 패스)를 정동(affect)이라는 힘의 흐름을 설명하는 예로 든 바 있지만 내겐 패스(pass)를 '증여'와 연결 짓는 우치다 타츠루의 언급이 보다 인상.. 2015. 1. 27.
열려라, 참깨! 2015. 1. 5 "나의 내적인 독특함을 요구하는 것으로서의 '계시', 그것이 '계시'가 의미한다고 할 때의 의미의 생성 그 자체인 것이다. 말하자면 개인의 다수성이 '절대적 진리'가 충족되기 위한 조건인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이, 그 독특함을 통해 진리의 독특한 상의 계시를 담당하고 있으며, 진리의 상들 중 몇 가지의 어떤 개인이 인류에게 결여되어 있어서는 결코 계시되는 일이 없는 그런 것이다." ―임마뉴엘 레비나스, (우치다 타츠루, , 이수정 옮김, 갈라파고스, 2013, 61쪽에서 재인용) 계시(말씀)란 명령이되 복종과 굴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소환(명령)일 따름이다. 와서 이것을 받아라(읽어라), 그리고 전하라(나누라)는 명령. 말하자면 동굴 앞에서 '열려라, 참깨!'라고 .. 2015.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