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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글쓰기38

커다란 테이블에 그어진 선분 단단한 과일을 좋아하는 이유. 콩알정도의 작은 알맹이가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고 단단하게 커진 것도 신기하지만 그 속을 달콤한 과육으로 빈틈없이 가득 채웠다는 게 언제나 경이롭다. 부드러운 과일은 종종 꽃처럼 생각될 때가 있지만 사과나 배와 같은 단단한 과일을 베어물 때면 마지막 한입까지 흐트러짐 없는 단단함이 주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산뜻한 기분에 젖기도 한다. 단단한 과일을 쥐면 이 세상이 내게 허락한 작은 선물이 지금 내 손에 도착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단단한 과일은 오늘 몫의 단단함과 달콤함으로 충만하리라는 예감 속에서 무디고 느슨한 나의 하루를 매만져본다. 공간이 장소가 되어가는 시간성을 체감하는 자리. 그건 단단한 과일을 식료품 코너가 아니라 한 그루의 나무를 통해 매.. 2019. 5. 29.
"대피소에서 만나요"_55회 <문학의 곳간> x 북콘서트 [55회 문학의 곳간] x 북콘서트 55회 에선 '곳간' 지기인 김대성 님의 두 번째 비평집 (갈무리, 2019)을 함께 읽습니다. 비평집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곳간' 활동을 하며 사귀고 배워온 이력을 바탕으로 침몰하고 있는 세상의 결과 기울어지는 세상을 일으켜 세우고 있는 곳곳의 곁에서 보내는 메시지를 기록-비평하고 있는 저작이니 많은 분들과 함께 읽어보았으면 합니다. 55회는 은 김비 작가님의 사회로 진행됩니다. '대피소에 관한 이미지' 소개를 시작으로 저자와의 대화, '곳간' 친구들의 낭독과 비평, 작은 이벤트 등이 있을 예정입니다. 누구나 편하게 참석하실 수 있는 열린 자리입니다. 사전 신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5회 은 셋째주 토요일에 열립니다. 55회 안내김대성, (갈무리, 2019) .. 2019. 5. 10.
회복하는 글쓰기 4기 '아직 세상에 도착하지 않은 책-쓰기' 4기 재안내_ 4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4기에선 아직 쓰진 못했지만 꼭 쓰고 싶은 한 권의 책을 상상하면서 그 첫 페이지부터 써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글을 쓰면서 가장 행복했던 경험을 기억하고(1강), 각자가 써보고 싶은 한 권의 책의 서문을 미리 써보는 시간(2강)을 가지며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의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나를 뒤흔들었던 잊히지 않는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후에(3강) 쉽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강렬하게 이끌렸던 사람-사물에 관해 써보면서(4강) 어쩌면 유일한 장르일지도 모를 영역을 발견해봅니다. 지금 당장 책의 본문을 쓰기 어렵다면 누군가의 서문에 덧붙이는 말로 본문 쓰기를 연습해 나가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겠습니다(5강). 마지막 시간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단 한 권의 책에.. 2019. 4. 16.
<문학의 곳간>(54) 김원영,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사계절, 2018)_중앙동 <또따또가>_'회복하는 생활' 54회 안내 김원영, (사계절, 2018) 날짜 : 2019년 4월 27일 토요일 오후 3시~ 장소 : 부산시 중구 40계단길 10, 4층 공간 모집 인원 : 10명, 참가비 : 만원 입금계좌 : 우리은행 1002-746-279654 (김대성) 문의 : betweenscene@hanmail.net / 010-9610-1624 *모임 팀이 또따또가 입주 팀으로 선정되어 마련한 공간 '회복하는 생활'에서 쉰네 번째 '문학의 곳간'을 엽니다. 2019. 4. 9.
회복하는 글쓰기 4기 ‘아직 세상에 도착하지 않은 책-쓰기’ 4기를 시작합니다. 4기에선 아직 쓰진 못했지만 꼭 쓰고 싶은 한 권의 책을 상상하면서 그 첫 페이지부터 써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글을 쓰면서 가장 행복했던 경험을 기억하고(1강), 각자가 써보고 싶은 한 권의 책의 서문을 미리 써보는 시간(2강)을 가지며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의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나를 뒤흔들었던 잊히지 않는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후에(3강) 쉽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강렬하게 이끌렸던 사람-사물에 관해 써보면서(4강) 어쩌면 유일한 장르일지도 모를 영역을 발견해봅니다. 지금 당장 책의 본문을 쓰기 어렵다면 누군가의 서문에 덧붙이는 말로 본문 쓰기를 연습해 나가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겠습니다(5강). 마지막 시간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단 한 권의 책에 관한 사용설명서를 공유.. 2019. 3. 9.
용감한 연약함 어디서든 아기를 만나면 저절로 함박 미소를 띠게 된다. '너는 언제 저런 아이 낳고 살래'라는 생애사 평균 시간표가 한참 늦은 것에 대한 타박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나는 무조건적인 이 반응이 다행스럽다. 홀로 길을 걷다 길고양이를 만나면 저절로 고양이 소리를 내게 된다. 야옹야옹. 말하기를 중단하고 다만 가엽고 반가운 마음에 고양이 울음소리를 흉내 낸다. 한번도 길고양이가 나를 향해 다가온 적 없지만 내가 흉내 낸 고양이 울음소리가 무척 다행스럽다. 그렇게 무방비 상태가 되는 순간이 있다. 정신을 차리고 그 순간을 돌이켜보면 어리석고 유치하게 보이지만 그럼에도 무방비 상태는 도리없이 반복된다. 생활 속에서 그 반복만큼 다행스러운 일을 나는 알지 못한다. 을 할 때도 나는 그렇게 무방비 상태가 된다. 바보.. 2019. 2. 24.
회복하는 글쓰기 : 다시 시작하는 생활의 장르 아무리 힘을 내어봐도 ‘어쩔 수 없는’ 세계에서 정처없이 흔들리고 흐트러지면서도 끝까지, 똑바로 걸어나가고자 했던 일본 전후(戰後) 여성들의 삶을 ‘고유한 세계’로 구축해나간 감독, 나루세 미키오. 결혼을 네 번이나 해야 했던 기구한 운명의 한 여성이 보살폈던 가족의 모습을 담은 1952년작 의 마지막 시퀀스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고 싶다. 3녀 1남의 남매 모두 아버지가 달랐던 이유는 혼자 힘만으론 자식들을 키워낼 수 없었던 전후의 궁핍한 환경 때문이었다. 막내 딸 기요코(다카미네 히데코)는 무능력한 오빠와 허영에 찬 언니들, 아둔하고 어리석게만 보이는 엄마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꾸리고자 버스 차장으로 일하며 독립한다. 며칠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는 미츠코(둘째 언니)의 소식을 묻기 위해 기요코의.. 2018. 10. 7.
중심을 이동 하는 운동 : 생활, 모임, 글쓰기 선물 받은 강좌 포스터를 마치 마패라도 되는 양 당당하게 쥐고 오르막길을 오른다. 한참을 올라도 숨이 차지 않으면 체력이 올라와 있다는 것이어서, 숨이 차면 숨이 차는 대로 운동이 되고 있다는 신호이니 어느 쪽이어도 만족스럽다. 다용도실엔 여름 내내 마실 수 있을 정도의 물이 쟁여져 있지만 오늘 같은 날은 무거운 생수 묶음을 사들고 퇴근하고 싶다. 특별히 의도한 건 아니어도 2리터 생수 6개 묶음과 쌀 만큼은 인터넷 쇼핑이나 배달을 이용하지 않는다. 택배 기사님들이나 배달하시는 분들의 노동 강도를 더하지 말자는 생각도 있지만 무엇보다 ‘필수품만큼은 내 손으로’라는 생활 슬로건을 나도 모르고 읊조리게 되었던 터라 미련해보이거나 궁색해보일 것을 알면서도 낑낑거리며 오르막길을 오르곤 한다. 한달여만에 다시 재.. 2018. 6. 18.
[회복하는 글쓰기] Ⅲ. 단편영화와 함께 비평 쓰기 강좌소개 세번째 강좌에서는 단편영화를 함께 보고 글쓰기를 진행합니다. 너무 적은 영화가 너무 많은 스크린을 독점하고 있는 형편 속에서, 작지만 반짝이는 한국 단편 영화와 함께 각자가 길어올릴 빛나는 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할 것입니다. 찰나의 순간에 (되)비치는 각자의 생활 이력을 동력삼아 글을 씁니다. '영화 일기'에서부터 '비평'에 이르기까지 단편영화 속의 이미지를 문장으로 옮겨 각자의 생활로 잇는 작업은 영화 속에 저마다의 고유한 서명(署名)을 남기는 일이기도 하겠지요. 빠르게 지나가는 이미지를 문장으로 엮어올리는 글쓰기의 시간, 그 영화적 순간(cinematic moment)을 기대해봅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한 '연속기획강좌' [회복하는 글쓰기] 세번째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글쓰기 프로그램.. 2018. 6. 6.
투 트랙(two track)의 이정표 윤경화 님의 을 읽으며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로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임홍빈 옮김, 문학사상사, 2009)를 책장에서 찾아 옆에 펼쳐두었습니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와 러닝 메이트(running mate)라는 두 요소가 경화 님의 글을 이끌고 있는 중요한 동력 장치라고 생각했습니다. 달리고 있는 이에게만 잠시 찾아오는 어떤 정점의 순간과 달리는 동안 감응할 수 있는 동료라는 두 소요가 경화 님의 달리기가 ‘고독’과 ‘우정’ 사이를 교차하는 작업처럼 읽혔습니다. 혼자이고자 하는 의지와 함께였으면 하는 바람이 달리기라는 세계 속에서 밀고 당기며 만들어내는 긴장감을 글에서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매년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triathlon 수.. 2018.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