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복하는 글쓰기43

Take this Waltz—아픈 세상에서, 함께 춤을 레너드 코언(Leonard Cohen, 1934~2016)의 라이브 명반 (2009)의 수록곡 ‘Take this Waltz’를 특별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레너드가 특유의 진중하고 느긋한 목소리로 무대 위에서 함께 연주하고 있는 멤버들을 소개하는 순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DVD로도 발매가 되었기에 그 실황 공연도 관람한 바 있는데, 그는 중절모를 벗어 한손에 쥐고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멤버 옆으로 다가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맞추고 고개를 숙여 예의를 표한다. 그가 샤론 로빈슨(Sharon Robinson)의 곁으로 다가가 그이를 소개할 때 우리는 샤론이 단순히 백 보컬이 아니라 레너드의 오랜 친구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앨범의 첫 트랙인 ‘Dance me to the end.. 2022. 12. 19.
불쑥 건너는 밭은 잠에서 깨면 몸보다 손가락이 먼저 움직인다. 몸에서 “가장 멀리 뻗어나와” 있는 손가락은 무언가를 잡기보단 오늘도 무심하게 환한 이 세상이 무사한지 더듬어볼 뿐이다. 극적인 것이나 드라마틱한 기대 없이. 벽에 귀를 가져다대면 벽 너머의 희미한 소리가 금지된 무언가가 번지듯 천천히 선명해지는 것처럼, 멀리서 오고 있는 열차의 기척을 희미하게 느끼기라도 하듯 지난밤과 잠과 꿈과 몸의 기척을 더듬어본다. 서로가 너무 가깝거나 아득해서 온통 뿌옇고 희미할 뿐이다. 물 한 잔이 필요하다. 작은 파도가 일렁일 때 잠시 나타나는 물보라처럼 차갑지 않은 물 한 잔이면 몸에도 작은 물보라가인다. 소꼽놀이용 청진기를 가져다대보는 꼴이겠지만 미동 없는 몸을 무심하게 살피며 전자시계의 숫자가 바뀌는 것처럼 변함없이 무사.. 2022. 3. 20.
문학의 곳간 74회_박완서・장미영, 『못 가 본 길이 더 아름답다』(수류산방, 2012/2018) [74회 문학의 곳간] 안내 74회 문학의 곳간에선 2011년에 작고하신 박완서 선생님이 남긴 최후의 구술이자 가장 종합적인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박완서-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수류산방, 2012)를 함께 읽어보려고 합니다. 4회(2013년, 장전동 헤세이티)에서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 『엄마의 말뚝』(박완서 전집, 세계사)을 함께 읽었던 바 있습니다. 올해는 박완서 선생님이 작고하신지 10주기가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올초부터 박완서 선생님을 기리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고 또 올해 안에 출간 예정된 책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만나야 하는 작가인 박완서 선생님이 남긴 (마지막 구술작업이어서 더욱) 생생한 육성을 따라, 늦게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부지런히 작업했.. 2021. 4. 9.
문학의 곳간 73회_박솔뫼, 『우리의 사람들』(창비, 2021) [문학의 곳간 73회] 박솔뫼, (창비, 2021) 일시 : 2021년 3월 27일 토요일 오후 3시~ 장소 : 중앙동 ‘회복하는 생활’ 인원 : 열 명(세 자리 남아 있습니다) 참가비 : 만원(우리은행 1002-746-279654) 문의 : 010-9610-1624 주최 : 생활예술모임 곳간 협력 : 회복하는 글쓰기 2021. 3. 22.
문학의 곳간 70회_홍은전, 『그냥, 사람』(봄날의책, 2020) [70회 문학의 곳간] 안내한달 순연되었던 (70회)이 이달 말에 열립니다. 70회 문학의 곳간에선 홍은전 작가의 『그냥, 사람』(봄날의책, 2020)을 함께 읽습니다. 한겨레에 칼럼이 연재될 때부터 빼놓지 않고 찾아 읽었던 귀한 글들이 책으로 묶여서 나왔습니다. 너무 반가운 출간 소식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 듯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생명을 포기하는 곳, 연대가 끊어지는 그 모든 곳이 시설이다. 그러니 모두들, 탈시설에 연대하라."(, 2017.1.2)라는 문장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가장 약한 자리에서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힘을 길어올리는 홍은전 작가의 글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지켜내고 있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문학의 곳간 70회]『그냥, 사람』(봄날의.. 2020. 11. 18.
문학의 곳간 69회_박민정, 『바비의 분위기』(문학과지성사, 2020) [69회 문학의 곳간] 안내 69회 ‘문학의 곳간’에선 박민정 소설가의 세 번째 소설집 『바비의 분위기』(문학과지성사, 2020)를 함께 읽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말하기 어려운 오늘의 문제들을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첨예한 방식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박민정 작가의 소설을 따라가다보면 정교함과 통찰력이 쓰는 사람 뿐만 아니라 읽는 사람에게도 요청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현실의 문제를 누구보다 넓게 펼치면서도 그 속에서 갈등하고 충돌하는 입장과 욕망을 촘촘하게 벼리는 박민정의 소설과 함께 곳간 친구들이 대면하고 있는 첨예한 문제들을 가시화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문학의 곳간 69회]박민정, 『바비의 분위기』(문학과지성사, 2020)일시 : 2020년 9월 26일 토요일 오후 3시~인원 : .. 2020. 9. 14.
문학의 곳간 68회_일라이 클레어, 『망명과 자긍심』(전혜은 옮김, 현실문화, 2020) 68회 ‘문학의 곳간’에선 일라이 클레어의 『망명과 자긍심』(전혜은 옮김, 현실문화, 2020)을 함께 읽습니다. 시인, 에세이스트, 장애・퀴어・환경・여성운동에 종사해온 활동가인 일라이 클레어의 자전적인 이야기(autobiography)를 담은 저작입니다. 장애인을 부르던 여러 이름에 결부된 착취와 전복이 복잡하게 엉킨 집단적 역사와 자신의 개인사를 엮어 짜고, 그러한 역사를 기억하고 증언하는 실천과 낙인으로 얼룩진 이름을 자긍심의 언어로 재전유할 수 있는 실천 방법을 고민하는 저작입니다. 아울러 자기 몸의 역사와 몸 안팎을 교차하는 정체성들을 이야기하면서 억압과 침해가 일어나는 장소이자 자기혐오와 낙인으로 얼룩진 장소, 결코 단일하지 않은 수많은 몸들이 엮여 짜이는 장소, 저항과 긍지의 장소로서 ‘집’.. 2020. 8. 14.
오늘도 우리는 테이블 위에서 우물을 길어올릴 테니까 ‘아침에는 책상이 되고 점심엔 식탁이 되며 저녁엔 테이블이 되는 곳은?’ 이건 사물이 아니라 장소에 관한 수수께끼다. 사람들의 손길이 어울려 그곳에 숨결을 불어넣을 때 장소가 조형된다. 서로의 손길이 만나는 곳, 나누고, 만들고, 더하고, 덜기도 하는 곳은 언제나 테이블 위에서다. ‘책상’은 어쩐지 주인이 있을 것만 같고 ‘식탁’은 음식이 없다면 조금 쓸쓸해진다. 하지만 ‘테이블’은 손가락을 가지런히 올려두기만 해도 충분하다. 모든 장소엔 테이블이 있다. 그 위에서, 그 곁에서 사람들이 만나 어울린다. 엔 세 개의 테이블이 있다. 하나의 테이블은 당연히 책을 위한 자리로 사용 되고 다른 하나는 책방 방문객들이 앉아서 책을 보는 곳으로, 나머지 하나는 주로 주인장의 몫으로 사용 되는 듯하다. 생활글쓰기 모.. 2020. 7. 21.
생활문학 탐구 와 함께 하는 생활글쓰기 시즌 2 ‘생활문학’ 탐구 1강 ‘생활문학’이란 무엇인가요?2강 생활, 의(義) : 생활 속에서 지켜가는 정의로운 원칙3강 생활, 식(識) : 생활 속에서 익어가는 것들_습관과 버릇 4강 생활, 주(洲) : 함께 있지만 모르는 것들_집, 방, 몸5강 생활선언문 쓰기6강 어제 나부끼던 깃발 : 생활문학 탐구 후기 *신청은 마감되었습니다 2020. 7. 12.
문학의 곳간 64회 : 강화길, <괜찮은 사람>(문학동네, 2016) [문학의 곳간 64회 안내]64회 '문학의 곳간'에선 앞으로 쓸 소설이 더 기대되는 작가, 강화길의 첫 번째 소설집을 함께 읽습니다. 일상이라는 장르를 공포물이나 범죄물로 살아내는 인물들을 힘겹게 따라가며 각자가 감내하고 있는 폭력과 공포에 관해 이야기 나누어보았으면 합니다. 그 대화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생활의 장르를 제안하고 개척해나갈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 강화길, (문학동네, 2016) 일시 : 2020년 4월 25일 토요일 오후 3시~ 인원 : 열 명(한 자리 남아 있습니다) 장소 : 중앙동 '회복하는 생활'(부산시 중구 40계단길 10, 4층) 참가비 : 만원 참가비 입금계좌 : 우리은행 1002-746-279654(김대성) 문의 : betweenscene@hanmail.net / 010.. 2020.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