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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용

대피소(1) '히요식당'_장성시장 <나유타 cafe>

by 종업원 2014. 9. 29.

2014. 8. 11 / 9. 29


"홀스하우저의 급식소가 당시 자발적으로 시작된 많은 공동체 회관과 구호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것처럼, 그녀가 보여준 융통성과 다채로운 능력은 많은 재난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다. 재앙이 닥쳤을 때, 낯선 사람들은 친구가 되고 협력자가 되며, 물건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즉석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아서 해낸다. 돈이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않은 사회를 한번 상상해보자. 사람들이 서로를 구조하고 서로를 보살피는 사회, 먹을 것을 나눠주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 밖에서 함께 보내는 사회, 사람들 사이의 오랜 벽이 무너지고 아무리 가혹한 운명이라도 함께 공유함으로써 한결 가벼워지는 사회, 좋은 족으로건 나쁜 쪽으로건 한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가능해지거나 실재하는 사회, 현재의 순간이 너무도 급박해서 예전의 불평과 근심이 달아나버리는 사회, 사람들이 세계의 중심에서 어떤 중요성과 목적의식을 의식하는 그런 사회를 상상해보자. 이런 사회는 본성적으로 지속될 수 없고 곧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이따금 마치 번개처럼 예전의 형식을 부숴버리기도 한다. 그것은 많은 이들에게 유토피아 그 자체로, 끔찍한 시간동안 아주 짧게 등장하는 유토피아다. 사람들은 그 속에서 서로 모순되는 감정인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낀다."


―레베카 솔닛(정혜영 옮김),『이 폐허를 응시하라, 펜타그램, 2012, 34쪽.



_2014. 8. 11


오전부터 오후까지 청소+요리+운동+글정리를 하며 천천히 시간을 겪어내니 오후 4시. 특별한 약속이 없다면 외출하기에 어중간한 시간이지만 '히요 식당'에 들리기 위해 버스+지하철을 타다. 이동 중에 기묘한 목소리로 '5.18 광주'를 호출하는 소설, 박솔뫼의 「그럼 무얼 부르지」(『그럼 무얼 부르지』, 자음과모음, 2014)를 읽다. 그 어느 곳에도 밑줄을 치지 못하다. '가네쉬'에서 짜이를 마시며 박광애 여사님과 30분 담소를 나누다. 논문 한편을 읽고 '히요식당'에 들러 저녁을 먹다. 옆 테이블의 사람들과 커피를 나눠 마시다. 흩뿌리는 비를 맞으며 불꺼진 열람실로 '복귀'하다. 전태일의 수기를 읽으며 막차를 기다리다. 대피소에 이르는 길, 대피소를 만드는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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