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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용

아무도 알지 못하는 존재의 아름다움

by 종업원 2018. 1. 26.

2018. 1. 26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요상한 버릇이 있었다. 길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적당히 집어 들고 언제까지나 그 돌을 지그시 바라보는 버릇이었다. 내 정신을 쏙 빼놓은 것은 바로 무수한 돌멩이 중 하나일 뿐이었던 그것이 '이 돌멩이'가 되는 신비로운 순간이었다. 

  난 한 번도 돌멩이에 감정이입을 한 적은 없었다. 이름을 지어 의인화하거나 자신의 고독을 투영하거나 돌멩이와 나누는 은밀한 대화를 상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근처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무수한 돌멩이 가운데 무작위로 하나를 골라 손바닥에 올려놓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의식을 집중시켜 응시하고 있으면, 점점 별다른 특징도 없는 돌멩이의 형태, 색깔, 무늬, 표면의 모양, 흠집 등이 한껏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래서 다른 어떤 돌멩이와도 다른,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 돌멩이'가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 이 돌멩이가 세상의 어떤 돌멩이와도 다르다는 사실이 뚜렷해진다. 그 점에 도취해 있었다. 

  나아가 이 세상의 모든 돌멩이가 각각의 형태, 색깔, 무늬, 모양, 흠집을 가진 '이 돌멩이'라는 것, 그런 상상을 훨씬 뛰어넘은 '방대함'을 필사적으로 상상하고자 했다. 감정이입도 없고 의인화도 없는 곳에 존재하는, 그리고 '모든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그 단순한 엉뚱함. 그 속에서 개별이라는 것이 지닌 무의미함."

―기시 마사히코,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김경원 옮김, 이마, 2016, 25~26쪽)

 

 

 

돌멩이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