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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장르, 바로 그 한 사람(2)

by 종업원 2011. 11. 12.



'후일담'은 없고 '손버릇'만 남다 

  김일두의 첫 솔로 앨범은 "손버릇 그대로" 뜯어낸 음악이다. 몸에 각인된 '버릇'을 애써 감추지 않기 때문일까? 그의 노랫말은 솔직하고 대범하다는 평이 뒤따르곤 한다. 뮤지션 김일두에게 있어 "손버릇"은 미적인 것도, 예술혼(spirit)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그것은 삶의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더 걸맞겠다. 그의 음악은 그저 "좋을 때는 좋은 영향을 받고, 안 좋을 땐 안 좋은 영향을 받으"며 지내는 생활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삶이 직조해내는 것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문화 불모지 부산에서 인디음악을 10년간 지속해온 궤적을 묻는 질문에 그저 덤덤한 반성과 지금-함께 하고 있는 관계의 기쁨으로 응답한다. 힘겹게 건너왔을 그 10년의 시간 속에 흔히 기대하게 되는 파란만장한 모험담은 없다. 그의 음악 활동에는 후일담이 없다. 지난 시간을 인질로 삼거나 부당한 가격에 되파는 후일담의 자리에 지문과 같은 손버릇만이 남아 있다. 김일두의 음악은 고군분투에 대한 훈장으로 직조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손버릇’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그의 첫 솔로 앨범 <어쩔 수 없는 천재>는 ‘김일두’ 혼자 만든 앨범이 아니다. 실제로 앨범에도 그가 처음으로 결성한 밴드 ‘suspens’의 이름이 김일두의 이름과 나란히 새겨져 발매되었다. 밴드활동을 중심으로 솔로 활동을 병행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그의 말에서 부산-인디뮤지션으로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이 홀로 외롭게 싸우는 고군분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울리고 서로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부터 생동한다는 혜안을 얻게 된다. 그에게 생활이란 ‘안 좋은 것을 피해’다니는 경로였다는 점에서 ‘밴드’라는 결속의 방식은 게토화된 삶의 반경을 변화시키고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거점인 셈이다.


 밴드 활동을 중심으로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서는 생활 속에서 획득한 ‘손버릇’으로 만든 음악과 한 뮤지션이 걸어가는 삶의 동선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손버릇과 삶의 동선을 따라 가다보면 부산 인디 문화의 여러 표정들 또한 만나게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인터뷰에는 후일담이 없다. 다만 10년간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는 한 인디뮤지션의 덤덤한 일상을 통해 뭉툭할 것 같은 그의 굵은 손가락 마디들을 상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일두의 새 앨범이 나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허헌진이라는 뮤지션과 함께 낸 스플릿 음반이 나왔다. 스플릿 앨범은 대개 두 명의 뮤지션(혹은 밴드)이 합심해서(!) 급하게, 혹은 겨우겨우 제작하곤 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drug에서 시리즈로 나오던 <our nation>을 잊을 수가 없는데, 인디 음악과의 첫만남이  <our nation>이었기 때문이다(<our nation>의 음악사적 의미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본격회고담 형식'으로 다뤄보고 싶다). 거의 모든 20대가 크라잉 넛의 <말달리자>를 불렀고, 누구나 펑크 락커가 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97년과 98년은 한국이 IMF 체제로  편입되던 시기였지만 내 아버지가 천안에서 위태롭게 정규직을 이어나가고 있던 즈음(IMF의 실질적인 원흉이었던 정태수가 회장으로 있던 '한보'에 내 아버지도 근무하고 있었던 것!), 연연생인 나의 누나와 나는 그렇게 한 해 터울을 두고 각자의 록밴드에서 베이스와 기타를 쳤었다. 


 김일두 x 하헌진의 스플릿 음반을 들으며 몇 가지 이미지를 떠올려 본다. 그렇다. 스플릿 앨범은 두 사람(밴드)가  'x'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시원찮으면 마이너스를 곱한 것처럼 형편없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겠다. 뮤지션 하헌진은 유튜브에서 공연 영상을 몇 개 본적이 있는데, 독특한 컨트리 블루스 록을 한다. 미국적인 느낌이 강한데, 솔직하고 노골적인 한국식 가사(?)가 아주아주 흥미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들의 음반을 들으며 회고조로 서술하고 있는 것 또한 이들의 음악이 다소 '올드'한 느낌을 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올드'하다는 것은 촌스러움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일상의 진정성'이 짙게 묻어나기 때문에 붙여본 것이다. 세상은 온통 '노골적인 리얼리티'와 사생활을 공개하는 '몰래 카메라'로 넘쳐나지만 누구도 솔직하지 않다. <'셀카'류의 고백>만이 넘쳐나는 시절에 일상(버릇)으로 길어올린 가사를 읖조리는 손버릇으로 매만진 이들의 음악은 분명 소중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 음반은 뮤지션 박다함 씨의 기획으로 이루어진 것이다(음반 제작과 관련된 내용은 박다함 씨의 블로그 포스팅을 참조 http://stro.egloos.com/2858304). 뮤지션 박다함에 관해서는 송진희 씨의 '성실한'인터뷰를 참조해볼 수 있겠다(spacechon.egloos.com/958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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