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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생활

이 사람(들)만 아니라면

by 종업원 2012. 8. 3.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어디든,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손과 발을 움직여 그 생각에 형체를 부여하려 노력했으나 이기주의적 소비자들에 둘러싸여 있던 나는, 그들과 싸웠으나 결국 그들을 닮아갔고, 되먹혀버렸다, 라고 단호히 적을 수 없는 것은 내가 바로 이기주의적인 소비자가 아니었던가 하는 회의가  들기 때문이다. 모든 권위를 '형'틀이라 몰아세우며 오랜 시간 '꼴'값을 떨었던 것이다. 그 꼴값이 흘러든 곳은 당연하게도 '이 사람(들)만 아니라면'이라는 우매의 골방이었던 것!  



"내 논지의 골자는, 공동체 속의 상처는 주로 '꼴'들의 경합과 마찰 속에서 생긴다는 것이다. 제대로 훈육받지 못한 꼴, 생각과 기분 속에 부동(浮動)하는 꼴, 단 한 차례도 생산적 권위를 만나 그 앞에 고개를 숙여보지 못한 꼴, 넓은 의미의 가족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꼴, 1차원적 자의(姿意)를 자유와 혼동하는 꼴,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틀을 만나 스스로를 벼리고 단근질해본 경험이 없는 꼴들, 말이다. 그리고, 그 골자의 또 다른 부분은, '틀'이라는 이름 아래 느슨하게나마 묶일 수 있는 이념, 원칙, 전통, 윤리, 관례 따위를 '옷입은 듯이 깨닫지는 못한(不覺如服)' 채로나마 선용할 수 있다면 꼴들의 영악하고 변덕스런 경합으로 인한 상처를 보다 구조적으로 견제,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미진한대로, <꼴-틀-본-巧>이라는 잠정적 단계론을 논의의 배경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다시 강조하지만, 꼴은 아직 틀을 제대로 만나거나 통과해보지 못한 자아(ego)이며, 그 자아의 생각들과 기분들이며, 그 변덕들과 허영들인 것이다."

_김영민, <예(yea), 예(禮), 예(藝)>(http://jk.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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