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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그림4

함께 부를래요? 2023. 11. 3 작년 5월, 1인 출판사 에서 첫 번째 책을 냈다. 언젠가는 출판사를 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은 했지만 그게 2022년일 줄은 꿈에도 짐작하지 못했다. 언덕을 빠르게 내려가다가 속도를 이기지 못해 굴러 떨어지는 것처럼 책을 낸 것 같다. 힘에 부쳤지만 열심히 홍보하고 여러 번의 북토크를 꾸리는 동안 꽤나 즐거웠다. 누군가가 설 수 있고, 그때문에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무대'를 꾸리는 일은 늘 즐겁다. 곧 두 번째 책이 출간된다. 한 정부 기관지에 3년간 연재한 글뭉치를 넘겨받아 여러 번 읽고 손보고 매만지는 동안 첫 인상과 달리(!) 책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고를 정리해 올 봄, 지역 출판지원금 사업에 내었고 선정이 되었다. 봄부터 여름 사이에 글 전체를 다시 읽.. 2023. 11. 4.
평범하게 들썩이는 : 일상을 탐험하는 다섯 개의 오솔길 평범하게 들썩이는 : 일상을 탐험하는 다섯 개의 오솔길 길을 가다가 허리를 숙여 무언가를 줍는 사람이 있습니다. 뭔가 대단한 걸 발견한 건 아닐 겁니다. 바닥에 있는 것을 주워 올릴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숙여, 주울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바닥에 버려진 것은 누군가의 줍는 몸짓으로 잠시 특별한 것이 됩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나눠가진 일상을 향해 몸을 기울이는 일, 허리를 숙여 바닥에 있는 무언가를 줍는 일은 살림을 매만지고 다독이는 손길과 이어져 있습니다. 허리 숙여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주워 올릴 때 무언가가 반짝하고 나타납니다. 그 반짝임을 문학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요. 2013년 여름부터 시작한 이 이라는 프로그램으로 2023년 상반기의 문을 엽니다. 아무것도 아닌.. 2023. 2. 3.
불쑥 내민 손 김은진 씨의 첫번째 책 『AT』(그린그림, 2014)의 발문으로 쓴 글. 부산의 작은 공간과 모임들을 순례하고 유랑하며 쓴 글들이 '그린그림'이라는 독립출판팀을 만나면서 '책'의 형태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부산의 크고 작은 모임들과 장소들 또한 김은진 씨의 기록-노동 덕에 역사의 흔적을 나눠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순례와 유랑의 걸음은 도시를 마을처럼 사(걷)는 보법을 닮아 있다. 김은진 씨가 만난 숱한 이들 또한 비슷한 걸음걸이를 하고 있을 게다. 그 걸음들이 함께 저자를 만들어 냈고 그와 동시에 작은 모임과 장소의 역사 또한 피어났다. 평범한 듯 보이는 이 책이 무척이나 비범해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출간 기념일 때 내가 은진 씨를 두고 '마을 작가'라 불렀던 것 또한 '소박함' 때문이 아니라 .. 2014. 2. 15.
약속이 키운 장소, 약속을 키우는 마을 2014. 2. 10 며칠 간 붙들고 있던 후기. 늘 그렇지만 써야 할 글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붙들고 있을 때 각종 아이디어들이 놀라울정도로 왕성하게 샘솟는다. 바로 그것이 글을 쓰는 숨겨진 이유 중 하나이며, 바로 그것이 굳이 마감을 하지 않/못하고 오랫동안 글을 붙들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라는 생각. 써야 할 후기들이 산적해 있다. 누구도 청탁하지 않고 부탁하지 않은 글을 홀로 마감한다는 것. 그 막연함보다 그렇게 쓴 글들이 대개는 이상하고 가끔씩만 읽을만 하다는 것. '약속'이라는 명사와 '약속 하기'라는 타동사를 오가며 '든든'이라는 부사에 손을 뻗어보았다. 손가락 걸고 약속을 하듯이, 마을이 키운 '마을 작가'의 탄생을 축하하고 또 기념하는 마음으로 한 문단 한 문단 써내려 갔다. 다.. 2014.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