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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생활

운동선수가 마시는 공기(1)

by 종업원 2013. 9. 29.
2013.9.26

 


매일 매일 시합에 나가는 느낌이다. 오늘은 시합이 없는 날이었지만 나는 쉬지 못하고 내내 축 늘어져 있었다. 생활예술모임 <곳간>을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가시적으로 바뀐 건 크게 없는 듯하지만 내가 마시는 공기조차 다르다! 오직 몸을 움직여야만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고, 한 사람이라도 만날 수 있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 무엇도 할 수 없고 그 누구도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요즘은 운동선수가 된 느낌이다. 매일 매일 시합에 나간다는 것은 일상을 실전으로 감각한다는 것이다. '목검' 승부(연습) 따위는 없다. 세상은 내게 '진검'을 준 적 없지만 나는 내가 가진 오래된 목검을 진검처럼 휘두른다. 그토록 뛰고 싶었던 시합 아닌가.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이... 아닌가. 내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하고 또 누군가를 만나면서 삶을 꾸리(만지)는 이 '질감'을 뭐라 설명할까.

시합에 나간다고 했지만 그것이 꼭 우열을 겨루는 일인 것만은 아니다. 겨루기는 있지만 우열은 없다. 만남이 서로를 고양시키고 긴장시킨다. 그 긴장이 대화를 실전으로 만들고 각자의 목검을 진검으로 만든다. 그렇게 서로를 돕고 키운다. 매일 매일 시합(실전)을 치루니 매일 매일 실력이 드러난다. 그리고 나는 그 일상(시합)에서 큰 배움을 얻는다. 9:1이 아니라 6:4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니 그보다 이기지 않고 돕고 키우며 실력을 쌓아가는 법의 중요성을. 우열 없는 겨루기를 통해 상대의 이력을 알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글과 말, 그리고 행위의 결(역사)을 감각할 수 있게 된다. 오직 그 순간 살아 있음을 느낀다. 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