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일두5

음악가라는 동료(1) 2013. 9. 15 오전 10시, 부산역에서 음악가 김일두를 만났다. 그는 나를 보지 못했지만 나는 그를 보았다. 그는 통화 중이었다. 반갑게 다가가 말없이 그의 어깨를 감쌌다. 천천히 나를 돌아보고는 전화를 급히 끊고 열차가 출발하기 전까지 3분간 대화를 했다. 그리고 아직 개봉하지 않은 '헛개차'를 따서 내게 먼저 건냈다(바로 이게 김일두 식 인사라는 것을 그를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이들은 안다. 내가 먼저 알아봐도 언...제나 그가 더 환대한다). 어제 부산대 앞 축제에서도 나는 그를 먼저 알아보고 어깨를 감싸는 것으로 4개월간의 인사를 대신했다. 먼저 알아보고 말을 건네는 것은 별 볼일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늘 내가 먼저 그를 알아보고 다가가 인사를 건네야.. 2013. 9. 15.
하나의 장르, 바로 그 한 사람(2) '후일담'은 없고 '손버릇'만 남다 김일두의 첫 솔로 앨범은 "손버릇 그대로" 뜯어낸 음악이다. 몸에 각인된 '버릇'을 애써 감추지 않기 때문일까? 그의 노랫말은 솔직하고 대범하다는 평이 뒤따르곤 한다. 뮤지션 김일두에게 있어 "손버릇"은 미적인 것도, 예술혼(spirit)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그것은 삶의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더 걸맞겠다. 그의 음악은 그저 "좋을 때는 좋은 영향을 받고, 안 좋을 땐 안 좋은 영향을 받으"며 지내는 생활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삶이 직조해내는 것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문화 불모지 부산에서 인디음악을 10년간 지속해온 궤적을 묻는 질문에 그저 덤덤한 반성과 지금-함께 하고 있는 관계의 기쁨으로 응답한다. 힘겹게 건너왔을 그 10년의 시간 속에 흔히 기.. 2011. 11. 12.
하나의 장르, 바로 그 한 사람 대중문화와 예술,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별미’를 찾기 위해 애를 쓰지만 막상 ‘별종’을 만나게 되면 태도가 돌변하곤 한다. 그 돌변의 자리가 가리키는 중요한 사실 중의 하나는 ‘별미’란 내 입맛(욕망)을 자극하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별종’이란 이해하거나 파악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장악할 수 없기에 매번 존재 그 자체로 내게 육박해 들어오는 어떤 위협으로 감지된다. 하여, ‘별종’들은 ‘보습 대일 땅이 없고’ 스스로를 증명할 상징질서도 희박하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별종’들은 ‘별미’라는 장애물, 더 정확하게 말해 ‘작은 차이들의 나르시시즘’을 원리로 하는 자본제적 (가치) 체계가 구축해 놓은 강력한 질서로 인해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마저도 박탈당.. 2011. 9. 21.
Lo-culture: 남은 어떤 것 어떤 이름을 만들고 그 름을 부르기 위해 오랜 시간 암중모색의 시간을 거치는 사람들과 수년간 함께 공부하며 징글맞게 부대끼며 생활하고 있다.* 나는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들의 인내로, 그들의 호의로(lo), 나는 오늘도 무사하다. 그 무사의 부채를 언젠가는 갚을 수 있을 거란 오만한 생각보다는 '비평'의 방식으로 돌려주는 것이 온당한 주고 받음일 것이다. 내가 비평가일 수 있다면 바로 '그 호명'에 얼마나 결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일 테다. 낮은 자리에(low) 남아 있는 어떤 것(culture)이란 바로 스스로가 서 있는 지반을 살피고(그것은 곧 '관계 양식'을 돌아보는 것이다) 지금껏 자신이 해왔음에도 여전히 무엇을 하고 있는 알지 못하는 아둔한 '자아'와 대면하는 것이다. 그.. 2011. 7. 13.
떨림과 견딤 1. 긴 시간 비가 왔고, 나는 내내 빗소리를 들었다.* 구경하고, 듣기만 했다. 운동화는 젖지 않았다. 열어둔 창문으로 빗방울이 들어와 재본한 책들이 흠뻑젖어버렸다. 그쪽에 머리를 놓아두고 잤던 나 역시 젖었을 테지만 어쩐 일인지 깨지 못/않고 내내 잠만 잤다. 연구실에 습기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조미김을 먹으면서 알았다. 밥을 먹기 시작한지 10분도 되지 않았는데 방금 뜯은 김이 금새 눅어져버렸다. 내게 연구실이 덥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에어콘을 한번도 틀지 못한 이번 여름동안 덥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었던 거 같다. 그게 내 문제다. 김이 놀라울정도로 빨리 눅어버리는 것을 보고 연구실에 습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 2. 무더위와 무관하게 좀처럼 적응하기 힘든 시절이다. 내게 쏟아지는.. 2011.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