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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을 피하는 우리들의 자세 상대의 안면을 강타하는 격투기 기술 중 하나인 ‘하이킥(high kick)’이라는 용어가 일상적인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규칙이 최소화 되어 있는 이종격투기와 닮아 간다는 증표로 읽을 수 있다. 승자 독식을 근간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우리의 삶을 주관하고 있기에 삶의 전선에서 승리하는 법을 습득하는 데 열을 올리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서점에 범람하는 각종 자기개발 서적들은 ‘옥타곤’(세계 최대의 이종격투기 단체인 의 공식 경기장 명칭)에서 패배하지 않고 승리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교본이라고 할만하다. 그런 점에서 ‘하이킥’이라는 표현의 일상화는 변화된 우리들의 삶과 구성원들이 맺고 있는 관계의 양상을 적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 2010. 4. 12.
숟가락 하나로 만든 샘 에 연재하고 있는 문화 단평을 올려둔다. 편집과정에서 변형되는 글, 나의 글이라고 부르기 애매한 최종본을 모니터로 보면서 저널적 글쓰기에 대해 고민해보기도 한다. 올리는 글은 편집되기 전의 최초 버전이지만 모 기자에 의해 리라이팅 된 편집본을 보면서 한 두 대목 고치고 더한 판본임을 밝혀 둔다. 학창시절 도시락 반찬통의 칸은 고작 두 개에 불과 했지만 그것이 아쉬웠던 적은 별로 없었다. 지독하게 편식을 하는 식성 때문이었다기보단 반찬통의 칸이 세 개나 네 개였다면 틀림없이 그 중 몇 칸은 빈 칸으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맞벌이 부모님들은 바빴고, 그만큼 살림이 빠듯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도시락과 함께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수많은 장르의 영화와 음악을 보고 들으며.. 2010. 4. 12.
뭉개진, 뭉개지는 얼굴 처음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매력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탐욕적이고 가벼운 것이어서, 나는 한사코 그 말을 쓰는 것(기록)을 피하기만 했었는데, 그러나 어쩌나, 그동안 나는 무수히 많은 '처음'을 말해왔구나. 그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뱉는 '처음'이 아니라 목적에 결박당한 처음을 나는 얼마나 많이 말해왔던가. 그 꽃잎 같은 처음은 내 입 속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더렵혀져 왔던가.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 것인가. 목적을 잊은 '처음'이 내게로 오는 것을 어떻게 방해하지 않고 무심히 맞이할 것인가. 불안한 봄밤, 엉덩이를 들썩이며 레오 까락스, 1991 中 드니 라방의 얼굴을 보라. 훼손되어 있는 얼굴, 그럼에도 단독성을 획득하고 있는 그 얼굴을, (소위 얼굴로 먹고.. 2010.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