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는 볼 수 없음432 "Make a better place" 2013. 9. 11 *지리한 원고를 마감하고 일주일 정도 노느라 하루 4시간정도 밖에 자지 못했다. 어제는 아름다운 친구들과 새벽 4시까지 통음했고 집으로 돌아와 8시까지 또 이것 저것 구경하고 펼쳐보고 만져보고 끄적이다 잠들었다. 변함없이 나는 12시에 깨었지만 다른 날과 달리 다시 잤다. 일어나니 마이클 잭슨 앨범이 도착해 있었다. 그런데 cd가 파손되어 있지 않은가? 내일 반품할 때까지 오늘 하루는 들을 수 있겠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make a better place'라고 간명하고 정확하게 비평한 동료의 말을 떠올리며 음악을 듣는다. (간단하게) 청소를 하고 (거하게) 밥을 지어야겠다. **요즘은 '글' 구상보다 '말' 구상(?)에 더 열심을 부리고 있다. 지난 월요일 수업을 마친 뒤 몸이.. 2013. 9. 11. 그 웃음 소리 2013. 9. 9 지난 날 하루에 두 탕, 세 탕까지 일을 하셨던 내 어머니는 자투리 시간엔 동네 친구들과 고스톱을 치셨다. 어떤 날은 잃으시고 또 어떤 날은 따시기도 하면서 거의 매일 고스톱을 치셨는데, 훗날 그 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어떤 날은 당일 일당을 모두 잃은 날도 있었다고 하길래 아깝지 않았냐고 물으니 내겐 백원짜리 하나도 허투루 주지 않으신 분이 아무렇지 않게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지 뭘 그러냐'며 무척이나 쿨하게 말씀 하시지 않은가. 그러니까 새벽 3시에 일어나 신문 배급소에 나가 신문 광고지를 넣고 6시에 돌아와 도시락 4개를 싸고 아침상을 차린 뒤 잠깐 주무신 후 11시에 식당으로 나가 3시까지 식당일을 하시고 다른 일이 없으면 저녁이 늦도록 고스톱을 치시는 것이다. .. 2013. 9. 10. 일상의 균형과 신비 2013. 9. 7 이사온지 1년 2개월이 넘어가는 내가 사는 집의 화장실 수도꼭지는 아무리 힘을 주어 잠궈도 한 두방울의 수돗물이 뚝뚝 떨어진다. 수돗물이 떨어지는 자리에 세숫대야를 받쳐두면 잠들지 못하는 새벽 '똑똑'하고 떨어지는 수돗물 리가 무척이나 크게 들릴 때가 있다. 그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치다보면 어느새 아침이다. 그리고 화장실에 들어가보면 세숫대야엔 물이 넘치지 않을 정도로 가득 모여 있다. 나는 그 물로 세수를 한다. 신기한 것은 외출을 하고 돌아온 저녁 혹은 밤에도 세숫대야엔 물이 넘치지 않을 만큼 모여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물로 다시 세안을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은 기이한 균형과 신비로운 반복으로 쌓여 간다. 어쩌면 내가 세숫대야에 물이 넘치기 전에 화장실문을 여.. 2013. 9. 7. 비평의 쓸모(1) : 책날개 2013. 9. 6 누군가 내게 다른 이의 '안부'를 묻는다. 그리곤 '안부'를 전해달라고 한다. 나는 '매'가 되거나 적어도 '비둘기'가 되어 '안부'를 전한다. 그렇게 우리는 아직 무사하다. 전해야할 '안부'의 목록을 손에 쥐고 잠깐 생각해본다. 누군가 내게 다른 이(것)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 '나의 안부'가 아닌 내가 관계 맺고 있는 이(것)들에 대해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상태. 매개자가 된다는 것은 외롭고 쓸쓸한 일이지만 해볼만한 일이다. 비평이 '매개 역할'에 충실해본적이 있었던가. 용접 하는 것과 매개하는 것의 거리. 아니 매개로서의 용접. 박완서의 연작을 읽다가 문득 보게 된 책날개의 소개를 옮겨둔다. 박완서는 삶의 곡절에서 겪은 아픔과 상처를 반드시 글로 쓰고야.. 2013. 9. 6. 마녀 없는 세상 2013. 8. 29 20년도 넘은 과거에 나는 이런 꿈을 꾸었다. 마녀에게 쫓기고 있었기에 나는 달렸다. 계단을 2,30개를 쉽게 뛰어다니며 거의 날아다니듯이 도망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쫓긴다는 것이 비상의 쾌락과 겹쳐 있었다. 쫓기는 덕에 (거의) 날아다닐 수 있었다. 나를 쫓아온 마녀는 내 어머니였고 그녀는 기어이 동네 구멍가게까지 나를 쫓아왔다. 그리곤 구석에 앉아 식은 밥을 급하게 먹었다. 몸빼 바지를 입은 채였다. 1986년, 우리 가족은 연산7동의 생활을 끝내고 수정동 성북고개로 이사를 왔다. 그때 내 아버지는 이라크에 있었고, 내 어머니는 늘 몸빼 바지를 입고 눈만 뜨면 돈을 벌러 다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네모난 각에 든 껌이 새롭게 출시되었고 나는 집 아래에 있는 구멍가게에서 그 껌.. 2013. 8. 29. 사무라이들(2) 2013. 7. 31 야마다 요지(山田洋次)의 사무라이 3부작 중 한 편인 (隱し劍 鬼の爪, 2004)에서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져버린 한 장면, 아니 한 순간. 행정관료가 되어버린 사무라이(키타기리 무네조)는 같은 스승 아래에서 검술을 배웠던 옛동료(야이치로 하자마)와 불가피하게 대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무네조는 '말'로 하자마를 설득하려 하지만 그는 오직 '칼'로서 답하려고 한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권력(말)에 이용 당해 추방된 이를 말로 설득할 수는 없는 노릇일 터. 헌데 이 둘의 대결은 침해당한다. '칼'의 대결 사이에 '총'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정당한 대결의 불가능함. 신식군 훈련을 받은 병사가 쏜 총에 칼을 쥔 하자마의 손목이 날아가는 순간! 그들이 서로를 향해 칼을 휘.. 2013. 7. 31. 사무라이들(1) 2013. 7. 28 고바야시 마사키(小林正樹)의 (Samurai Rebellion, 1967)을 보다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던 하나의 쇼트. 클로즈업으로 잡혀 있던 칼이 포커스 아웃되면서 그 자리에 사무라이의 단호한 표정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날카로운 칼날이 갈라지며 그 안에서 사무라이가 태어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자아내는데(아마도 카메라를 뒤로 빼면서 줌-인 한 것이지 않을까) , 칼에서 태어난 사무라이는 칼과 한몸인 것. 헌데 칼-사무라이가 베는 것은 한갓 지푸라기 더미일 따름이다. 칼을 잡은 사무라이가 해야 하는 일은 영주가 쓸 칼의 성능을 확인하는 것이었던 셈. 평화로운 에도 시대에 할 일이 없어진 사무라이가 내뱉는 사사하라 이사부로(미후네 도시로)의 말 : "평생 내가 뭘 했는지 모르겠어." 영주.. 2013. 7. 28. 자립을 허용하지 않는 세계 2013. 7. 18 2005년 대학원 시절 부산대 앞에서 종종 봤던 화장지 파는 아저씨를 요즘은 중앙동 지하도에서 본다. 나는 가끔 말도 안 되는 기억력과 눈썰미로 주위 사람들을 놀래가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분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그가 장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2006년 경 부산대 앞의 어느 가게 주인과 말다툼을 하고 있는 모습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무시하지 말라'는 말을 하며 한쪽 어깨에 화장지 묶음을 매고 힘겹게 말싸움을 하고 있던 모습과 그를 마치 걸인을 취급하듯 대거리조차 받아주지 않던 가게 주인의 모습. 강단 있던 그 분이 이제는 중앙동 지하철역 계단에서 구걸을 하고 있다. 가끔 껌을 내어 놓고 팔기도 하고 가끔은 그냥 손만 내밀고 있기도 하지만 바닥에 꿇어 앉아 있는 .. 2013. 7. 18. 어떤 출사표 2013.6.18 Rainbow의 ‘rainbow eyes’를 듣다가 리치 블랙모어라는 걸출한 기타리스트의 행보에 대해 생각했다. 역사적인 밴드를 이끌었다는 그의 이력보다 괴팍하고 독단적인 성격 탓(?)에 멤버들과 겪었던 숫한 불화가 먼저 떠올랐다. 바로크 음악의 화성악을 기타에 도입한 그의 시도 덕에 잉위 맘스틴(YNGWIE MALMSTEEN)이라는 세기의 기타리스트도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잉위 맘스틴 또한 숫한 멤버들을 교체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90년대 후반 열심히 읽었던 에 그의 밴드에 소속되어 있던 보컬과 그의 아내가 바람이 났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내게 잉위 맘스틴의 첫번째 이미지는 자신이 고용한 보컬에게 아내를 뺏기고(?) 홀로 남겨진 거실의 쇼파에 앉아 어마어.. 2013. 6. 18. 잠수왕 : 메인스트림(mainstream)의 감각 2013. 6. 12 물속에서 60초를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째서 '우리'는 40초만에 고개를 쳐드는가? 59초가 될 때까지 '내가 잘 견딜 수 있을까' 두려워 하지 않고 기꺼이 실력 발휘를 하는 것, 바로 메인스트림(mainstream)의 감각. 기복이 없는 이들이 기록을 갱신한다.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이들이 대체로 더 잘 쓴다. 언젠가 어떤 집담회에서 경기에 ...뛰고 싶어도 스파링정도 밖에 할 수 없기에 '전적'이 쌓이지 않는 답답함에 대해 언급한 바 있었다. 실전 감각을 익히는 것의 중요함이란 곧 내가 서 있는 장(場)을 만지며 느끼는 '질감'과 다르지 않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우리를 너무 쉽게 고양시키고 너무 쉽게 지치게 만든다. 실전 감각이란 '룰(rule)'.. 2013. 6. 16. 이전 1 ··· 32 33 34 35 36 37 38 ··· 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