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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생활47

전작 읽기_권여선(1) 전작 읽기_권여선(1) 에서 전작 읽기를 시작합니다. 한 작가가 써내려 간 작품을 빠짐없이 따라 읽으며 한 사람이 가닿고자 하는 세상의 모습(희망)을 가늠해보고자 합니다. 오랫동안 보살펴온 희망과 염원의 걸음 곁에 각자의 발자국을 남겨봅시다. 누군가의 초대로만 열리는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나직하게, 긴 호흡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갔으면 합니다. 첫 번째 작가로 권여선의 장편 소설 두 권과 소실집 두 권을 읽습니다. 삶이 있는 곳에 상처가 있으며 곳곳에 편재한 폭력에 바스러져가는 영혼에 대한 안타까움. 그러나 부서짐 속에서 기어코 빛을 내는 존재의 힘을 마주하게 하는 소설을 함께 읽으며 가혹한 세상을 넘어가는 방식을, 살아내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았으면 합니다. “어떤 삶은 이유 없이 가혹한데, .. 2019. 6. 13.
커다란 테이블에 그어진 선분 단단한 과일을 좋아하는 이유. 콩알정도의 작은 알맹이가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고 단단하게 커진 것도 신기하지만 그 속을 달콤한 과육으로 빈틈없이 가득 채웠다는 게 언제나 경이롭다. 부드러운 과일은 종종 꽃처럼 생각될 때가 있지만 사과나 배와 같은 단단한 과일을 베어물 때면 마지막 한입까지 흐트러짐 없는 단단함이 주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산뜻한 기분에 젖기도 한다. 단단한 과일을 쥐면 이 세상이 내게 허락한 작은 선물이 지금 내 손에 도착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단단한 과일은 오늘 몫의 단단함과 달콤함으로 충만하리라는 예감 속에서 무디고 느슨한 나의 하루를 매만져본다. 공간이 장소가 되어가는 시간성을 체감하는 자리. 그건 단단한 과일을 식료품 코너가 아니라 한 그루의 나무를 통해 매.. 2019. 5. 29.
"대피소에서 만나요"_55회 <문학의 곳간> x 북콘서트 [55회 문학의 곳간] x 북콘서트 55회 에선 '곳간' 지기인 김대성 님의 두 번째 비평집 (갈무리, 2019)을 함께 읽습니다. 비평집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곳간' 활동을 하며 사귀고 배워온 이력을 바탕으로 침몰하고 있는 세상의 결과 기울어지는 세상을 일으켜 세우고 있는 곳곳의 곁에서 보내는 메시지를 기록-비평하고 있는 저작이니 많은 분들과 함께 읽어보았으면 합니다. 55회는 은 김비 작가님의 사회로 진행됩니다. '대피소에 관한 이미지' 소개를 시작으로 저자와의 대화, '곳간' 친구들의 낭독과 비평, 작은 이벤트 등이 있을 예정입니다. 누구나 편하게 참석하실 수 있는 열린 자리입니다. 사전 신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5회 은 셋째주 토요일에 열립니다. 55회 안내김대성, (갈무리, 2019) .. 2019. 5. 10.
회복하는 글쓰기 4기 '아직 세상에 도착하지 않은 책-쓰기' 4기 재안내_ 4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4기에선 아직 쓰진 못했지만 꼭 쓰고 싶은 한 권의 책을 상상하면서 그 첫 페이지부터 써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글을 쓰면서 가장 행복했던 경험을 기억하고(1강), 각자가 써보고 싶은 한 권의 책의 서문을 미리 써보는 시간(2강)을 가지며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의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나를 뒤흔들었던 잊히지 않는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후에(3강) 쉽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강렬하게 이끌렸던 사람-사물에 관해 써보면서(4강) 어쩌면 유일한 장르일지도 모를 영역을 발견해봅니다. 지금 당장 책의 본문을 쓰기 어렵다면 누군가의 서문에 덧붙이는 말로 본문 쓰기를 연습해 나가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겠습니다(5강). 마지막 시간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단 한 권의 책에.. 2019. 4. 16.
<문학의 곳간>(54) 김원영,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사계절, 2018)_중앙동 <또따또가>_'회복하는 생활' 54회 안내 김원영, (사계절, 2018) 날짜 : 2019년 4월 27일 토요일 오후 3시~ 장소 : 부산시 중구 40계단길 10, 4층 공간 모집 인원 : 10명, 참가비 : 만원 입금계좌 : 우리은행 1002-746-279654 (김대성) 문의 : betweenscene@hanmail.net / 010-9610-1624 *모임 팀이 또따또가 입주 팀으로 선정되어 마련한 공간 '회복하는 생활'에서 쉰네 번째 '문학의 곳간'을 엽니다. 2019. 4. 9.
아픈 사람―회복하는 사람―다른 사람 2018. 12. 19 종종 모임을 녹음해왔고 몇년간은 그 목소리를 다시 들으며 글로 정리해 공유하기도 했다. 내 목소리를 (견디며) 듣고 불필요한 말버릇을 고치기 위해 애를 써본적도 있고 부재하는 이를 염두에 두며 녹음을 하기도 했다. 그간 녹음 파일을 달라고 요청하는 이가 적지 않았지만 그 파일을 끝까지(혹은 제대로) 듣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자신이 있지 않았던 자리에서 나누었던 말들을, 기묘한 에너지가 교차하고 서로의 자아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그 혼란을 끝까지 듣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모임이 강의 형식이 아닌 참여하고 있는 여럿이 쉼 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방식인 탓에 쓸데 있는 말보다 쓸데가 없어보이는 말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녹음 파일을 제대로 듣는다는.. 2018. 12. 19.
말의 영점, 몸의 영점 2018. 11. 27 유난히 길었던 대학원 수업을 마치고 퇴근한 시간이 10시 반. 오늘도 무사히 지나갔구나라는 안도감보다 종일 뭔가 콱 막혀 있는 듯한 갑갑함을 견디는 게 쉽지 않다. 오늘은 종일 수업이 있는 날이고 그건 종일 노심초사 해야 한다는 것. 좀처럼 듣지 않고 끝내 말하지 않는 학생들을 두루 살피며 그럼에도 해야 할 말과 더는 할 수 없는 말들 사이를 줄타기 하듯, 어쩌면 줄다리기를 하듯 용을 쓰다가 탈출하는 마음으로 퇴근한 탓일까.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지만 오늘의 경색만큼은 털어내거나 뚫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말차 한잔을 마신 뒤 달릴 채비를 하고 나선다. 가만 더듬어보면 말의 문제이지 않았던가. 매주 강의실은 말이 죽어나가는 것을 묵묵히 목격해야 하는 참담한 현장이지 않는가. 엇.. 2018. 12. 2.
매일매일 부서지면서 배우는 것 2018. 10. 11 저녁 7시에서 8시가 되면 하던 일을 정리해야 한다. 이제는 7시나 8시에 맞춰서 일을 진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체육관에 가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군대 전역 이후로 제대로된 운동을 한번도 하지 않았지만(심지어 나는 군대에서도 족구나 축구를 한적이 없다) 지난 4월부터 거의 하루도 걸르지 않고 체육관을 나가고 있다. 뭔가 그럴 듯한 결심이 서서라기보단 어떤 끝을 향해 나아간다는 느낌으로, 출처를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조금은 강박적으로 체육관에 나가고 있다. 박사수료생이라는 (민망하고) 불안정한 신분과 1인 가족 생활의 적빈함이 누적된 탓도 없지 않을 것이다. 나는 별안간 꽤 과격한 운동을 시작했고 6개월 간 지속하고 있다. 십 수년만에 몸을 쓰다보니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2018. 10. 12.
말차(抹茶)를 마시며 2018. 4. 22 좋아하지도 배우려 하지도 않았지만 차(茶)가 이미 생활 속에 들어와 있었다. 어느 공부 모임의 말석에서 얻어 마셨던 이름 모를 차와 표정 없이도 온화했던 사람들의 어울림이 조형했던 그 장소의 온기가 내 영혼의 귀퉁이를 물들였기 때문일까. 매일매일 안달나는 커피라는 기호품에 질렸기 때문일까. 점점 표정이 옅어지는 조용한 생활이 차의 세계로 이끌리고 있었기 때문일까. 스치듯 지나치기만 했던 중앙동 ‘좋은차’에 발길이 닿았고 그곳 사장님이 쉼 없이 내려주었던 차를 몇 대접이나 얻어 마시면서 그만 차의 세계(대접)에 빠지고 말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차를 마시는 사람은 무조건 좋다며 몇년만의 만남이었음에도 ‘좋은차’에 가는 길이라는 내 말에 오랜 친구인 냥 덥석 손을 잡았던 ‘누리에’ 사장님.. 2018. 4. 22.
봄 산책(1) 2018. 3. 12 2018. 3月 부산 장림 2018.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