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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생활47

책대화 : 대피소와 천막은 어떻게 광장이 되는가 : 김대성X윤여일 ⠀ 『광장이 되는 시간』을 쓴 사회학자 윤여일과『대피소의 문학』을 쓴 문학평론가 김대성이 함께 대피소/천막촌의 정치적·사상적 가능성을 탐색한다. 윤여일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막아내고자 제주도청 맞은편 길가에 천막을 치고 모여든 사람들의 마을, ‘도청앞 천막촌’에서 왔다. 대피소는 어떤 현실에서 긴급하게 피신한 이들이 모여서 만들고 천막촌은 어떠한 현실을 바꿔내려는 이들이 모여 만든다. 대피소에선 긴급한 나눔과 지냄 속에서 정치가 발생하고, 천막촌은 운동에서 살이가 생겨난다.함께 살아가기가 아닌 홀로 살아남기를 요구받는 사회, 존재가 거처와 관계를 잃고 홀로 배회하는 시대에서 대피소/천막촌의 지냄/살이는 사건적이다. 그리고 대피소/천막촌은 새로운 언어의 출처, 정치의 광장이 될 수 있다. 이 모색을 히요.. 2020. 6. 16.
문학의 곳간 64회 : 강화길, <괜찮은 사람>(문학동네, 2016) [문학의 곳간 64회 안내]64회 '문학의 곳간'에선 앞으로 쓸 소설이 더 기대되는 작가, 강화길의 첫 번째 소설집을 함께 읽습니다. 일상이라는 장르를 공포물이나 범죄물로 살아내는 인물들을 힘겹게 따라가며 각자가 감내하고 있는 폭력과 공포에 관해 이야기 나누어보았으면 합니다. 그 대화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생활의 장르를 제안하고 개척해나갈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 강화길, (문학동네, 2016) 일시 : 2020년 4월 25일 토요일 오후 3시~ 인원 : 열 명(한 자리 남아 있습니다) 장소 : 중앙동 '회복하는 생활'(부산시 중구 40계단길 10, 4층) 참가비 : 만원 참가비 입금계좌 : 우리은행 1002-746-279654(김대성) 문의 : betweenscene@hanmail.net / 010.. 2020. 4. 13.
오솔길 옆 작은 빛 2020. 3. 19 숲과 산은 말의 모양에서부터 갈래길을 품고 있다. 그 입구에 들어서면 누구라도 작은 망설임과 확신이 함께 한다.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긴장과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는 확신이 걸음으로 교차할 때 발생하는 추진력은 기름 없이도 오래 타오르는 횃불과 다르지 않다. 잘 타는 재질이어서라거나 잘 타게 하는 재주가 있어서가 아니라 모든 것이 잘 타오르는 장소가 있기 때문이다. 산책은 갈래길조차 마다하며 사잇길을 찾아나서는 일상의 작은 모험이다. 모르는 길이라도 한참을 걸을 수 있고 누구나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까지 너끈히 감내해 낸다. 5분만에 사위가 밝아지거나 해가 지는 것을 목격했던 것처럼 눈깜짝할 사이에 꽃이 피기도 하고 몇걸음으로 길을 잃거나 길을 찾기도 한다. 뭐든.. 2020. 3. 22.
낭송 러닝 2020. 2. 27 다대포 2020. 2 2월 27일 저녁은 비를 맞으며 달렸다. 흩뿌리는 비여서 곧 그치겠거니 생각하며 달렸는데, 더 거세지진 않았지만 그치지도 않았다. 노면이 미끄러워 평소보다 더 긴장하고 달렸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다대포해수욕장을 돌아 복귀하는 길엔 잠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거리엔 인적이 드물었고 불길한 느낌의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부를 수 있는 구절만 단말마처럼 외쳐되는 형색이었던 터라 고라니 울음소리처럼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괴성’은 지르면서도 곧장 중단하고 싶어진다. 낯설지만 익숙한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익숙하지만 낯선 목소리와 함께 뛸 수 있다면, 시를 낭송하며 뛴다면? 외우는 시가 없어 곧장 시도 하진 못했지만 복귀하는 길위에선 .. 2020. 3. 8.
문학의 곳간 60회―오에 겐자부로, 『회복하는 가족』(걷는책, 2019) [문학의 곳간 60회] 안내 오에 겐자부로(오에 유카리 그림), 양억관 옮김, (걷는책, 2019) 일시 : 2019년 11월 30일 토요일 오후 3시~ 인원 : 열 명(네 자리 남아 있습니다) 장소 : 중앙동 '회복하는 생활'(부산시 중구 40계단길 10, 4층) 참가비 : 만원 참가비 입금계좌 : 우리은행 1002-746-279654(김대성) 문의 : betweenscene@hanmail.net / 010-9610-1624 주최 : 생활예술모임 '곳간' 협력 : 모임 '회복하는 글쓰기' 2019. 11. 8.
달리면서 하는 기도 ​2019. 10. 13 ​ 다대포 해변엔 어린 아이들과 어린 부모들로 가득했다. 아이가 없는 이들은 개와 함께 나와 있었다. 아이들보다 개들이 더 활달했고 그건 부모나 주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잠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산책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무언가를 키우고 기른다는 건 한 '개체'와 우연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만이 아니라 '종'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지 않은가. 일요일 늦은 오후, 해변가로 몰려나온 사람들 모두가 오늘만큼은 검게 그을려도 좋다는 관대한 표정이었다. '종'에 관여하고 있는 이들의 자부심과 여유로 해변이 출렁였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잠시 멀미가 날 거 같아 빙글빙글 돌면서 해변를 빠져나와 도로를 향해 뛰었다. 한 모금의 물도 마시지 않고 내내 뛰었다. 언제나 5분 동안은 더 이상 달릴.. 2019. 10. 14.
가을 햇살 2019. 10. 9 좋아하는 것들,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파괴 하기. 오늘도 그 일을 한다. 부서질까 염려하며 두 손으로 매만지던 것을 불현듯 강하게 쥐어 터트려버리거나 애면글면 하며 보살펴온 것들에 고착되지 않기 위해 무심한척 애써 거리를 두다가 뜻없이 방치해버리는 일들. ‘나도 좀 살자’며 등을 돌리는 순간 숨이 멎어버리는 것들, 기지개를 켜자 파괴되는 것들,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영영 떠나버리는 것들. 말 없이 푸르기만 한 식물에 둘러 싸여 있는 것 같다. 짐작할 수 없는 방향으로 한없이 뻗어나가는 덩굴에 휘감겨 있는 생활에선 매만지는 모든 것들이 모욕적인 시선으로 돌아보는 것만 같다. 손수 지어 먹던 밥이 성의없는 한끼가 되고 아껴두었던 영화를 잠들기 전에 틀어놓고 자버린다. 보고 싶은 사.. 2019. 10. 9.
문학의 곳간(59) 윤이형, 『작은마음동호회』(문학동네, 2019) [문학의 곳간 59회 안내] 2015년부터 2019년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거쳐야 했던 일들, 겪어내야 했고, 때론 견디고 넘어야 했던 이들의 목록을 생각해봅니다. 문단내성폭력, 촛불정국, 페미니즘운동, 혐오발화, 소수자 정치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삶에 흐르고 있는 동시대의 현장 속에서 쓰인 소설집, 윤이형의 『작은마음동호회』를 함께 읽습니다. "나는 마음이 작다"로 시작하는 『작은마음동호회』(《문학3》, 창간호, 2017)를 처음으로 읽었던 날, 홀로 서서 소설 전체를 낭독하고 싶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렇게 웃으려고, 그애는 오랜 시간 동안 혼자서 싸워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마흔셋」, 78쪽) 59회 '문학의 곳간'에서 각자의 싸움에 대해 이야기 하며 함께 웃었으면 합니다. 윤이형, .. 2019. 9. 22.
문학의 곳간(58) 장강명, 『산 자들』(민음사, 2019) [58회 문학의 곳간] 안내장강명, 『산 자들』(민음사, 2019) 일시 : 2019. 8. 31. 토요일 오후 3시장소 : 중앙동 (부산시 중구 40계단길 10 4층)인원 : 10명참가비 : 만원(우리은행 1002-746-279654 김대성)문의 : betweenscene@hanmail.net / 010-9610-1624주최 : 생활예술모임 '곳간'협력 : 회복하는 글쓰기 2019. 8. 7.
7월 생활글(1-3/계속) 2019. 7. 16[젓가락의 내러티브] 서울에서 친구가 왔다. 마침 와인과 맥주가 넉넉해 따로 장을 보지 않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술안주를 만들었다.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먹은 음식의 목록. 순대볶음, 키위 두 개, 사과 한 알, 배 하나, 마늘빵, 라면 한 그릇, 핸드드립 커피 두 잔. 그리고 와인 세 병과 맥주 두 캔. 도착하자마자 세수는 하지 않고 이빨부터 닦는 건 여전하다. 사귄지 20년이 넘었지만 만날 때마다 생각지 못한 것들을 알아간다. 한 때는 무심하고 거친 모습이 자주 눈에 들어왔지만 이제는 굳이 드러내지 않는 세심함과 섬세함이 더 많이 감지된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마치 인덱스를 붙여가는 듯 차근차근 말을 풀어놓는 방식에 청량감을 느낀다. 관계 속에서 .. 2019.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