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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생활47

도둑 러닝(2)_달리기 살림 2021. 10. 27 언제나 그렇듯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물음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가난한 프리랜서들의 공통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이 자기심문적인 질문은 자주 예고도 없이 초인종을 누르곤 한다. 한창 러닝에 빠져 있을 때 ‘왜 달리는가?’에 대해 자주 묻곤 했는데, 뾰족한 답을 구하진 못했다. 다만 이 메타화의 과정이 피로하지 않았고 다소 흥미진진한 모험처럼 생각되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즐기는 맘으로 이 질문을 품고 지낼 수 있었는데, 볕도 좋고 바람도 좋은 10월의 어느 날, 벌판을 달리던 수만년전의 인류가 떠올랐다. 빠르진 않았지만 그 어떤 동물보다 오래 달릴 수 있던 인류의 뜀박질에 대해서 말이다. 수년전 1일 1식을 하는 동안 허기를 넘어선 ‘텅 빈 상태’가 잠.. 2022. 10. 27.
도둑 러닝(1) 2021. 4. 20 미루고 미루다가, 며칠을 벼르고 벼르다가 나왔다. 날이 많이 따뜻해져서 반바지를 입고 달렸다. 미루고 미룬 건 귀찮아서가 아니라 주치의라고 생각하는 한의원 선생님의 ‘땀을 흘리면 안 된다’는 단호한 처방을 어길 수가 없어서인데, 이성과 상식으론 납득이 되지 않는 처방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말할 수도 없다. 러닝을 하면 아무래도 건강해지니 뛰고나면 좋다는 게 ‘상식’이지만 내 경우엔 달리고나면 건강을 걱정해야 할 판이니 이 속앓이는 누구와도 공유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의 달리기는 일탈적인 성격이 강하다. (지난 겨울, 달리는 동안 자꾸만 오정희의 을 떠올렸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요즘은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생활에 공을 들이고 있어서 대개 밤 10-11시쯤에 달렸던 것과 .. 2022. 10. 27.
문학의 곳간 74회_박완서・장미영, 『못 가 본 길이 더 아름답다』(수류산방, 2012/2018) [74회 문학의 곳간] 안내 74회 문학의 곳간에선 2011년에 작고하신 박완서 선생님이 남긴 최후의 구술이자 가장 종합적인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박완서-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수류산방, 2012)를 함께 읽어보려고 합니다. 4회(2013년, 장전동 헤세이티)에서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 『엄마의 말뚝』(박완서 전집, 세계사)을 함께 읽었던 바 있습니다. 올해는 박완서 선생님이 작고하신지 10주기가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올초부터 박완서 선생님을 기리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고 또 올해 안에 출간 예정된 책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만나야 하는 작가인 박완서 선생님이 남긴 (마지막 구술작업이어서 더욱) 생생한 육성을 따라, 늦게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부지런히 작업했.. 2021. 4. 9.
문학의 곳간 73회_박솔뫼, 『우리의 사람들』(창비, 2021) [문학의 곳간 73회] 박솔뫼, (창비, 2021) 일시 : 2021년 3월 27일 토요일 오후 3시~ 장소 : 중앙동 ‘회복하는 생활’ 인원 : 열 명(세 자리 남아 있습니다) 참가비 : 만원(우리은행 1002-746-279654) 문의 : 010-9610-1624 주최 : 생활예술모임 곳간 협력 : 회복하는 글쓰기 2021. 3. 22.
문학의 곳간 70회_홍은전, 『그냥, 사람』(봄날의책, 2020) [70회 문학의 곳간] 안내한달 순연되었던 (70회)이 이달 말에 열립니다. 70회 문학의 곳간에선 홍은전 작가의 『그냥, 사람』(봄날의책, 2020)을 함께 읽습니다. 한겨레에 칼럼이 연재될 때부터 빼놓지 않고 찾아 읽었던 귀한 글들이 책으로 묶여서 나왔습니다. 너무 반가운 출간 소식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 듯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생명을 포기하는 곳, 연대가 끊어지는 그 모든 곳이 시설이다. 그러니 모두들, 탈시설에 연대하라."(, 2017.1.2)라는 문장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가장 약한 자리에서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힘을 길어올리는 홍은전 작가의 글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지켜내고 있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문학의 곳간 70회]『그냥, 사람』(봄날의.. 2020. 11. 18.
문학의 곳간 69회_박민정, 『바비의 분위기』(문학과지성사, 2020) [69회 문학의 곳간] 안내 69회 ‘문학의 곳간’에선 박민정 소설가의 세 번째 소설집 『바비의 분위기』(문학과지성사, 2020)를 함께 읽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말하기 어려운 오늘의 문제들을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첨예한 방식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박민정 작가의 소설을 따라가다보면 정교함과 통찰력이 쓰는 사람 뿐만 아니라 읽는 사람에게도 요청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현실의 문제를 누구보다 넓게 펼치면서도 그 속에서 갈등하고 충돌하는 입장과 욕망을 촘촘하게 벼리는 박민정의 소설과 함께 곳간 친구들이 대면하고 있는 첨예한 문제들을 가시화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문학의 곳간 69회]박민정, 『바비의 분위기』(문학과지성사, 2020)일시 : 2020년 9월 26일 토요일 오후 3시~인원 : .. 2020. 9. 14.
문학의 곳간 68회_일라이 클레어, 『망명과 자긍심』(전혜은 옮김, 현실문화, 2020) 68회 ‘문학의 곳간’에선 일라이 클레어의 『망명과 자긍심』(전혜은 옮김, 현실문화, 2020)을 함께 읽습니다. 시인, 에세이스트, 장애・퀴어・환경・여성운동에 종사해온 활동가인 일라이 클레어의 자전적인 이야기(autobiography)를 담은 저작입니다. 장애인을 부르던 여러 이름에 결부된 착취와 전복이 복잡하게 엉킨 집단적 역사와 자신의 개인사를 엮어 짜고, 그러한 역사를 기억하고 증언하는 실천과 낙인으로 얼룩진 이름을 자긍심의 언어로 재전유할 수 있는 실천 방법을 고민하는 저작입니다. 아울러 자기 몸의 역사와 몸 안팎을 교차하는 정체성들을 이야기하면서 억압과 침해가 일어나는 장소이자 자기혐오와 낙인으로 얼룩진 장소, 결코 단일하지 않은 수많은 몸들이 엮여 짜이는 장소, 저항과 긍지의 장소로서 ‘집’.. 2020. 8. 14.
문학의 곳간 67회_희정, 『여기, 우리, 함께』(갈마바람, 2020) [문학의 곳간 67회] 안내 "오랜 시간 싸우는 사람은 강한 사람, 지독한 사람,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 우리에게 묻는 사람이다. 우리의 삶이 이대로 괜찮은지. 그 물음에 답이 주어지지 않기에 싸움은 길어진다. 괜찮을 것 없는 세상이라 나는 싸우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의 답을 좇는다."⏤희정, 『여기, 우리, 함께』(갈마바람, 2020, 9~10쪽 67회 문학의 곳간에선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기록해온 기록노동작가 희정 선생님의 새책을 함께 읽습니다. 곁을 지켜내기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그들에게 말을 건네고 기록하며 그들의 곁을 지키고 있는 희정 작가님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어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이어가고 있는 싸움에✊ 대해서도! [문학의 곳간 .. 2020. 7. 8.
문학의 곳간 66회-권여선, <아직 멀었다는 말>(문학동네, 2020) [문학의 곳간 66회] 안내 지난달엔 구봉산 숲길을 함께 걸으며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선집을 함께 읽었습니다. 🌿☘️🌳어떤 이에겐 산책으로, 어떤 이에겐 산행으로 기억되겠지만 둘러앉아 시편을 낭독했던 순간은 모두에게 뜻깊은 시간으로 기억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6월의 '문학의 곳간'에선 권여선 작가의 소설집 (문학동네, 2020)을 함께 읽습니다. 2013년 10월(문학의 곳간 3회)에 권여선 작가의 (문학과지성사, 2013)을 함께 읽었는데, 7년만에 문학의 곳간에서 함께 읽으며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기대가 됩니다. 권여선, (문학동네, 2020) 일시 : 2020년 6월 27일 토요일 오후 3시~ 인원 : 열 명(마감 되었습니다) 장소 : 중앙동 '회복하는 생활'(중구 40계단길 10, 4층) 참가.. 2020. 6. 16.
'대피소'와 '천막'에서 '광장'까지의 거리 [책대화 : 대피소와 천막은 어떻게 광장이 되는가] 후기 지난 주 화요일(20일) 저녁, '회복하는 생활'에서 (김대성, 갈무리, 2019)과 (윤여일, 포도밭출판사, 2019)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 투쟁을 위해 세워진 천막촌에서 외친 긴급한 목소리를 더 멀리, 더 크게 전하기 위해 쓰인 오십 편의 단장으로 묶인 과 곳곳에서 들려오는 구조 요청에 비평적으로 응답하며 각자의 대피소에서 열리고 있던 곳간을 발견하고자 한 . '대피소'와 '천막'에서 '광장'까지의 거리를 가늠해보기도 하고 때론 이 두 장소가 어떻게 광장이 될 수 없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은 천막촌에서 수신한 목소리들을 '단장'이라는 글쓰기 양식으로 재서술하는 실험적인 글쓰기입니다. 각각의 단장은 .. 2020.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