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는 볼 수 없음394

달리면서 하는 기도 ​2019. 10. 13 ​ 다대포 해변엔 어린 아이들과 어린 부모들로 가득했다. 아이가 없는 이들은 개와 함께 나와 있었다. 아이들보다 개들이 더 활달했고 그건 부모나 주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잠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산책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무언가를 키우고 기른다는 건 한 '개체'와 우연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만이 아니라 '종'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지 않은가. 일요일 늦은 오후, 해변가로 몰려나온 사람들 모두가 오늘만큼은 검게 그을려도 좋다는 관대한 표정이었다. '종'에 관여하고 있는 이들의 자부심과 여유로 해변이 출렁였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잠시 멀미가 날 거 같아 빙글빙글 돌면서 해변를 빠져나와 도로를 향해 뛰었다. 한 모금의 물도 마시지 않고 내내 뛰었다. 언제나 5분 동안은 더 이상 달릴.. 2019. 10. 14.
가을 햇살 2019. 10. 9 좋아하는 것들,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파괴 하기. 오늘도 그 일을 한다. 부서질까 염려하며 두 손으로 매만지던 것을 불현듯 강하게 쥐어 터트려버리거나 애면글면 하며 보살펴온 것들에 고착되지 않기 위해 무심한척 애써 거리를 두다가 뜻없이 방치해버리는 일들. ‘나도 좀 살자’며 등을 돌리는 순간 숨이 멎어버리는 것들, 기지개를 켜자 파괴되는 것들,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영영 떠나버리는 것들. 말 없이 푸르기만 한 식물에 둘러 싸여 있는 것 같다. 짐작할 수 없는 방향으로 한없이 뻗어나가는 덩굴에 휘감겨 있는 생활에선 매만지는 모든 것들이 모욕적인 시선으로 돌아보는 것만 같다. 손수 지어 먹던 밥이 성의없는 한끼가 되고 아껴두었던 영화를 잠들기 전에 틀어놓고 자버린다. 보고 싶은 사.. 2019. 10. 9.
문학의 곳간(59) 윤이형, 『작은마음동호회』(문학동네, 2019) [문학의 곳간 59회 안내] 2015년부터 2019년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거쳐야 했던 일들, 겪어내야 했고, 때론 견디고 넘어야 했던 이들의 목록을 생각해봅니다. 문단내성폭력, 촛불정국, 페미니즘운동, 혐오발화, 소수자 정치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삶에 흐르고 있는 동시대의 현장 속에서 쓰인 소설집, 윤이형의 『작은마음동호회』를 함께 읽습니다. "나는 마음이 작다"로 시작하는 『작은마음동호회』(《문학3》, 창간호, 2017)를 처음으로 읽었던 날, 홀로 서서 소설 전체를 낭독하고 싶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렇게 웃으려고, 그애는 오랜 시간 동안 혼자서 싸워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마흔셋」, 78쪽) 59회 '문학의 곳간'에서 각자의 싸움에 대해 이야기 하며 함께 웃었으면 합니다. 윤이형, .. 2019. 9. 22.
문학의 곳간(58) 장강명, 『산 자들』(민음사, 2019) [58회 문학의 곳간] 안내장강명, 『산 자들』(민음사, 2019) 일시 : 2019. 8. 31. 토요일 오후 3시장소 : 중앙동 (부산시 중구 40계단길 10 4층)인원 : 10명참가비 : 만원(우리은행 1002-746-279654 김대성)문의 : betweenscene@hanmail.net / 010-9610-1624주최 : 생활예술모임 '곳간'협력 : 회복하는 글쓰기 2019. 8. 7.
7월 생활글(1-3/계속) 2019. 7. 16[젓가락의 내러티브] 서울에서 친구가 왔다. 마침 와인과 맥주가 넉넉해 따로 장을 보지 않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술안주를 만들었다.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먹은 음식의 목록. 순대볶음, 키위 두 개, 사과 한 알, 배 하나, 마늘빵, 라면 한 그릇, 핸드드립 커피 두 잔. 그리고 와인 세 병과 맥주 두 캔. 도착하자마자 세수는 하지 않고 이빨부터 닦는 건 여전하다. 사귄지 20년이 넘었지만 만날 때마다 생각지 못한 것들을 알아간다. 한 때는 무심하고 거친 모습이 자주 눈에 들어왔지만 이제는 굳이 드러내지 않는 세심함과 섬세함이 더 많이 감지된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마치 인덱스를 붙여가는 듯 차근차근 말을 풀어놓는 방식에 청량감을 느낀다. 관계 속에서 .. 2019. 7. 16.
살림살이의 글쓰기 냉장고에선 음식이 썩어간다. 다행이다. 음식 쓰레기를 모아둔 통을 이틀만 잊어도 그곳에 구더기가 꼬인다. 다행이다. 아무리 표백하려고 해도, 감추려 해도 기어코 드러나는 것이 생활의 이치다. 생활 속에 썩어가는 것이 보인다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의 표식에 가깝다. 아직 썩지 않았을 뿐인데 우리는 냉장고에 넣어두면 모든 것이 싱싱하게 유지된다고 쉽게 믿어버린다. 그 손쉬운 믿음을 심문하는 것이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음식이다. 신경 쓰지 않으면, 돌보지 않으면 분명히 썩는다는 것을 ‘냉장고’ 안에서라도 배울 수 있다면 다행이지 않은가. 음식물 쓰레기에 꼬인 구더기는 무너진 생활의 증표가 아니라 무언가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생활이 보내는 긴급한 신호다. 겨우내 얼었던 얼음이 녹을 때 그곳은 진창이 된다. .. 2019. 7. 2.
전작 읽기_권여선(1) 전작 읽기_권여선(1) 에서 전작 읽기를 시작합니다. 한 작가가 써내려 간 작품을 빠짐없이 따라 읽으며 한 사람이 가닿고자 하는 세상의 모습(희망)을 가늠해보고자 합니다. 오랫동안 보살펴온 희망과 염원의 걸음 곁에 각자의 발자국을 남겨봅시다. 누군가의 초대로만 열리는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나직하게, 긴 호흡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갔으면 합니다. 첫 번째 작가로 권여선의 장편 소설 두 권과 소실집 두 권을 읽습니다. 삶이 있는 곳에 상처가 있으며 곳곳에 편재한 폭력에 바스러져가는 영혼에 대한 안타까움. 그러나 부서짐 속에서 기어코 빛을 내는 존재의 힘을 마주하게 하는 소설을 함께 읽으며 가혹한 세상을 넘어가는 방식을, 살아내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았으면 합니다. “어떤 삶은 이유 없이 가혹한데, .. 2019. 6. 13.
『대피소의 문학』출간기념 김대성 저자와의 만남 : 도움을 구하는 이가 먼저 돕는다 ※ 강연신청 : http://bit.ly/2VX4fNY 일시 2019.6.15.(토) 오후 3시 프로그램 3시~3시50분 저자 강연 3시50분~4시 휴식 4시~ 자유로운 질의응답과 토론 장소 다중지성의 정원 (문의 02-325-2102) 오시는 길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8길 9-13 (서교동 464-56) http://daziwon.com/?page_id=1655 * “생활예술모임 ‘곳간’과 모임 ‘회복하는 글쓰기’ 대표로 활동하는 평론가 김대성의 두번째 비평집” ― 한겨레신문 “바스러져 가는 영혼에 따뜻한 물 한잔…이 시대 문학의 존재 이유” ― 국제신문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에서 문학이 담보해야 할 역할을 묻는다” ― 연합뉴스 “비평가의 마지막 세대 혹은 새 비평 정신의 첫 세대”로 평가받는 문학.. 2019. 5. 30.
커다란 테이블에 그어진 선분 단단한 과일을 좋아하는 이유. 콩알정도의 작은 알맹이가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고 단단하게 커진 것도 신기하지만 그 속을 달콤한 과육으로 빈틈없이 가득 채웠다는 게 언제나 경이롭다. 부드러운 과일은 종종 꽃처럼 생각될 때가 있지만 사과나 배와 같은 단단한 과일을 베어물 때면 마지막 한입까지 흐트러짐 없는 단단함이 주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산뜻한 기분에 젖기도 한다. 단단한 과일을 쥐면 이 세상이 내게 허락한 작은 선물이 지금 내 손에 도착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단단한 과일은 오늘 몫의 단단함과 달콤함으로 충만하리라는 예감 속에서 무디고 느슨한 나의 하루를 매만져본다. 공간이 장소가 되어가는 시간성을 체감하는 자리. 그건 단단한 과일을 식료품 코너가 아니라 한 그루의 나무를 통해 매.. 2019. 5. 29.
"대피소에서 만나요"_55회 <문학의 곳간> x 북콘서트 [55회 문학의 곳간] x 북콘서트 55회 에선 '곳간' 지기인 김대성 님의 두 번째 비평집 (갈무리, 2019)을 함께 읽습니다. 비평집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곳간' 활동을 하며 사귀고 배워온 이력을 바탕으로 침몰하고 있는 세상의 결과 기울어지는 세상을 일으켜 세우고 있는 곳곳의 곁에서 보내는 메시지를 기록-비평하고 있는 저작이니 많은 분들과 함께 읽어보았으면 합니다. 55회는 은 김비 작가님의 사회로 진행됩니다. '대피소에 관한 이미지' 소개를 시작으로 저자와의 대화, '곳간' 친구들의 낭독과 비평, 작은 이벤트 등이 있을 예정입니다. 누구나 편하게 참석하실 수 있는 열린 자리입니다. 사전 신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5회 은 셋째주 토요일에 열립니다. 55회 안내김대성, (갈무리, 2019) .. 2019.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