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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대화 : 대피소와 천막은 어떻게 광장이 되는가 : 김대성X윤여일 ⠀ 『광장이 되는 시간』을 쓴 사회학자 윤여일과『대피소의 문학』을 쓴 문학평론가 김대성이 함께 대피소/천막촌의 정치적·사상적 가능성을 탐색한다. 윤여일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막아내고자 제주도청 맞은편 길가에 천막을 치고 모여든 사람들의 마을, ‘도청앞 천막촌’에서 왔다. 대피소는 어떤 현실에서 긴급하게 피신한 이들이 모여서 만들고 천막촌은 어떠한 현실을 바꿔내려는 이들이 모여 만든다. 대피소에선 긴급한 나눔과 지냄 속에서 정치가 발생하고, 천막촌은 운동에서 살이가 생겨난다.함께 살아가기가 아닌 홀로 살아남기를 요구받는 사회, 존재가 거처와 관계를 잃고 홀로 배회하는 시대에서 대피소/천막촌의 지냄/살이는 사건적이다. 그리고 대피소/천막촌은 새로운 언어의 출처, 정치의 광장이 될 수 있다. 이 모색을 히요.. 2020. 6. 16.
길들여지지 않는 존재들의 우아함_켄 로치, <케스 Kes>(1969) 2020. 4. 21 지난주는 강의 동영상을 (못)만드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원고 마감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동영상 강좌 제작을 자꾸만 미루고 싶은 이유는 '일목요연하게 요점(만)을 잘 전달하는 제작술'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닐테고, 그런 제작술을 거부하고 싶은 저항과 차마 저항할 수 없는 형편이 충돌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수업 업로드'는 미룰 수도 없는 일이라 4주차를 기점으로 수업 영상 촬영을 밤을 꼬박 새운 아침에 하는 경우가 잦다. 파탄난 생활 리듬. 일요일에 강의 영상을 하나 올리고 간만에 '밤'에 취침을 했다. 새벽에 깨어 관람한 켄 로치의 (1969). 거의 모든 장면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영화였다. 영화라는 매체의 경이로움을 새삼 다시 느낄 수 있.. 2020. 5. 5.
문학의 곳간 64회 : 강화길, <괜찮은 사람>(문학동네, 2016) [문학의 곳간 64회 안내]64회 '문학의 곳간'에선 앞으로 쓸 소설이 더 기대되는 작가, 강화길의 첫 번째 소설집을 함께 읽습니다. 일상이라는 장르를 공포물이나 범죄물로 살아내는 인물들을 힘겹게 따라가며 각자가 감내하고 있는 폭력과 공포에 관해 이야기 나누어보았으면 합니다. 그 대화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생활의 장르를 제안하고 개척해나갈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 강화길, (문학동네, 2016) 일시 : 2020년 4월 25일 토요일 오후 3시~ 인원 : 열 명(한 자리 남아 있습니다) 장소 : 중앙동 '회복하는 생활'(부산시 중구 40계단길 10, 4층) 참가비 : 만원 참가비 입금계좌 : 우리은행 1002-746-279654(김대성) 문의 : betweenscene@hanmail.net / 010.. 2020. 4. 13.
오솔길 옆 작은 빛 2020. 3. 19 숲과 산은 말의 모양에서부터 갈래길을 품고 있다. 그 입구에 들어서면 누구라도 작은 망설임과 확신이 함께 한다.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긴장과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는 확신이 걸음으로 교차할 때 발생하는 추진력은 기름 없이도 오래 타오르는 횃불과 다르지 않다. 잘 타는 재질이어서라거나 잘 타게 하는 재주가 있어서가 아니라 모든 것이 잘 타오르는 장소가 있기 때문이다. 산책은 갈래길조차 마다하며 사잇길을 찾아나서는 일상의 작은 모험이다. 모르는 길이라도 한참을 걸을 수 있고 누구나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까지 너끈히 감내해 낸다. 5분만에 사위가 밝아지거나 해가 지는 것을 목격했던 것처럼 눈깜짝할 사이에 꽃이 피기도 하고 몇걸음으로 길을 잃거나 길을 찾기도 한다. 뭐든.. 2020. 3. 22.
문학의 곳간 63회_이주란, <한 사람을 위한 마음>(문학동네, 2019) [문학의 곳간 63회 공지]다들 강녕하신가요?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발적) 격리가 어느 순간 일상 문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즈음입니다. 겨울이 다 가는동안 만나질 못했네요. (*지난 달 문학의 곳간(62회)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순연되었답니다.) 이달엔 이주란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 『한 사람을 위한 마음』(문학동네, 2019)과 함께 문학의 곳간을 엽니다. 이주란 작가의 소설은 얼핏 특별할 것이 없는 사람들의 시시하고 평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모두가 저마다 서사화하기 어려운 한두개쯤은 가지고 있음을 환기하게 합니다. 이주란 작가의 소설을 읽는 누구라도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지 않는 위계 없는 이야기 하기에 조용히 감동하게 될 것입니다. 곳곳에 있지.. 2020. 3. 18.
낭송 러닝 2020. 2. 27 다대포 2020. 2 2월 27일 저녁은 비를 맞으며 달렸다. 흩뿌리는 비여서 곧 그치겠거니 생각하며 달렸는데, 더 거세지진 않았지만 그치지도 않았다. 노면이 미끄러워 평소보다 더 긴장하고 달렸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다대포해수욕장을 돌아 복귀하는 길엔 잠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거리엔 인적이 드물었고 불길한 느낌의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부를 수 있는 구절만 단말마처럼 외쳐되는 형색이었던 터라 고라니 울음소리처럼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괴성’은 지르면서도 곧장 중단하고 싶어진다. 낯설지만 익숙한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익숙하지만 낯선 목소리와 함께 뛸 수 있다면, 시를 낭송하며 뛴다면? 외우는 시가 없어 곧장 시도 하진 못했지만 복귀하는 길위에선 .. 2020. 3. 8.
세상에 보내는 한 통의 편지 보내야 할 중요한 편지를 쓰지 못한 채 겨울을 맞이합니다. 서랍 안의 장갑이 손의 증거인 것처럼 보내야할 편지가 있다는 건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증표라고 해도 좋을까요. 쓰지 못했고 그래서 보내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매일매일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편지를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이 당신에게 도착할진 알 수 없지만 당신이 제게 먼저 편지를 보내주었기에 오늘도 저는 당신에게 답장을 쓸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편지를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편엽서처럼 멀리서 도착하는 짧고도 반가운 메시지가 아니라 언제 보낼지 기약할 수 없지만 노트에 쟁여가는 편지말입니다. 세상에 보내는.. 2019. 12. 8.
12월의 메모(1-계속) 2019. 12. 3 최상급의 발명가들 오늘도 편지 생각을 했다. 편지를 '써야 한다'와 편지를 '쓰고 싶다'를 왕복하다보면 한 통의 편지가 의무와 욕망 사이에서 강철처럼 단련됨을 느끼게 된다. 단, 보내야 하는 편지는 빼고 보내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보내는 편지 말이다. 해야 하는 일은 미루면서 하지 않아도 좋은 일에 열중하는 일처럼 말이다. 써야 하는 글을 끝내 미루고 쓰지 않아도 되는 글에 과잉 몰두하는 것처럼. 어쩌면 이것이 내가 누리고 있는 유일한 사치인지도 모른다. 펑펑 읽고 펑펑 쓰는 것. 매일 체중계에 올라가는 사람이 확인하는 요동치는 중량처럼 오늘 내가 누리는 사치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비대하고 무겁다. 그 견딜 수 없음을 오랫동안 누려왔다. 보편적이지 않은 '최상급'을 홀.. 2019. 12. 8.
전부터 2019. 11. 17 다대포. 2019. 11 메모를 하면서 손쓸 수 없는 글이 될 것임을 예감한다. 무언가를 쓸 때, 자꾸만 곧 어기게 될 약속을 하는 마음이 된다. 보내지 못한 답장은 어느새 소설이 되어가고, 나는 어디서든 달리고만 싶다. 걷다가 뛰다가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한다. 메모처럼, 노트처럼. 구겨지고 버려질 것들을 만드는 생활. 어두운 해변가에 나와 바닷물이 보일 때까지 걷는다. 간조 때다. 평소보다 조금 더 걷다가 바닷물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전부터 와보고 싶었던 곳이라 생각했는데, 전에도 왔었던 그 자리였다. 2019. 11. 17.
문학의 곳간 60회―오에 겐자부로, 『회복하는 가족』(걷는책, 2019) [문학의 곳간 60회] 안내 오에 겐자부로(오에 유카리 그림), 양억관 옮김, (걷는책, 2019) 일시 : 2019년 11월 30일 토요일 오후 3시~ 인원 : 열 명(네 자리 남아 있습니다) 장소 : 중앙동 '회복하는 생활'(부산시 중구 40계단길 10, 4층) 참가비 : 만원 참가비 입금계좌 : 우리은행 1002-746-279654(김대성) 문의 : betweenscene@hanmail.net / 010-9610-1624 주최 : 생활예술모임 '곳간' 협력 : 모임 '회복하는 글쓰기' 2019.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