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는 볼 수 없음429 아무도 없는 해변 2014. 11. 18 송도 2014 2014. 11. 20. 다-함의 비극 2014. 9. 21 / 11. 12 _남천동 2012. 6~2014. 9 2년 넘도록 '지독'하게 살았던 남천동 집에 대한 기억을 좀처럼 회집할 수가 없다. 도망치듯 찾아든 곳이어서 그럴까, 주변의 으리으리한 집들 사이 볕이 잘 들지 않던 그 낮고 어두운 기운에 짓눌려서일까, 가난해서 하찮은, 하찮아서 가난해져버렸던 어떤 끝이 있었기 때문일까. '내가 내게 행복을 허락'하기 위해 날개짓을 하듯 사뿐히 내려 앉은 이 집에 더러는 누군가가 왔다갔고 함께 밥을 지어먹기도 했지만 그 누구도 내가 사는 집을 돌보지 않았고 나 또한 그러한 요청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는 늘 어지러웠고 그 어지러운 흔적들을 정리하면서 이 집의 가난함을 매번 대면해야 했었다. 사람들이 남기고 간 어지러움 속에 이 집에 살.. 2014. 11. 16. 곁과 결 (1) : 설거지와 글쓰기 2014. 11. 10 한순간에 쌓아올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언제라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일상'이라는 세계. 그 세계를 붙들고 또 다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시간. 하루에 후라이팬을 세 번정도 닦다보면 좋은 후라이팬 하나가 한 사람의 삶에 꽤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끼를 꼬박 챙겨먹은 날, 마지막 한술을 채 삼키기도 전에 싱크대로 가 입안에 가득한 밥알을 꼭꼭 씹으며 설거지를 했다. 싸고 양이 넉넉한 세제를 풀어쓸 때마다 지나치게 많이 일어나는 거품을 매만지며 '이건 좀 너무 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반복하다 베이킹파우더로 세제를 바꾸었고 후라이팬을 세 번 닦던 날은 세제를 쓰지 않고 설거지를 해보았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설거지 방식이었지만 이상한 확신이 나를 이.. 2014. 11. 10. 유나의 '체질'(<유나의 거리>-①) 2014. 10. 29 "엄마, 전 제가 어딜가든 저랑 친했던 언니, 동생들, 버리고 갈 순 없어요. 전 그 사람들이랑 어울려 사는 게 제 체질에 맞고 좋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어요." - 46회(임태우 연출, 김운경 각본, JTBC, 2014) 46회. 어린 시절 자신을 버렸던 엄마를 만난 후 유나의 삶은 급격히 변한다. 한번도 가져본적 없던 아파트와 자동차, 헬스 회원권은 무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간 함께 어울렸던 동료들, 이웃들과 헤어져야만 하는 댓가를 요구한다. 유나가 흔들렸던 것은 갈망했지만 가져보지 못한 엄마의 품과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소중함 때문이였을 것이다. 그 흔들림 속에서 유나는 부모없이 홀로 고생했던 시간을 보상 받길 원하거나 그런 원한의 감정을 볼모로 삼아.. 2014. 10. 29. 평화로운 은빛선율 2014. 10. 26 10월 26일 일요일 아침. 작고 오래된 집에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평화로운' '은빛선율'이 흐른다. 오래된 새집에 8명이 묵었던 날. 연희 님, 선율, 로운이와 함께 한 컷! 허나영 씨께서 가족의 눈길로, 곁에 있는 사람의 눈길로 찍어주셨다. 우린 처음 만났지만 네 사람의 눈이 닮았다. 그렇게 닮은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고, 세상과 마주할 수 있다면 눈길만으로도 사람을 키우고 살릴 수 있을 것만 같다. 눈길이라는 자리. 누군가의 눈길이, 누군가가 바라보는 선물 같은 눈길이 따뜻한 울타리를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곳을 우리는 '보금자리'라고 부른다. 눈길이 머물러 있는 곳, 눈길을 머금고 있는 곳, '머금자리'. 작고 오래되어 연약할지라도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모일 수 있.. 2014. 10. 29. 도움닫기 : '함께'라는 이중의 서명 2014. 10. 21/26 도움닫기 공부를 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발구름판을 힘차게 딛고 뛰어오르는 일이다. 그것은 고독(孤獨)하고 독아(獨我)적으로 보이는 공부라는 행위 속에 다른 이들의 손과 발로 일구어낸 노동이 전제되어 있음을 매순간 감각하고 그것을 각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바꿔 말한다면 '공부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홀로가 아니라는 증표이며 나아가 홀로이지 않겠다는 선언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공부란 결국 도움닫기다. 누군가가 마련해둔 발구름판을 힘차게 딛고 도약한다는 것. 그 도약의 속도와 거리가 중요하다면 그것은 물리적인 수치의 우열보다 도약을 통한 표현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모든 고유한 표현은 도약을 발판으로 하고 있으며 그 도약을 가능케 하는 발구름판은 다른 이들의.. 2014. 10. 26. 낮고 가난한 세속의 숲 2014. 10. 21 고작 2년 남짓한 시간이 지나갔을 뿐인데 언제 썼는지 기억나지 않는 글 한편을 올려둔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한 발짝 바깥으로 나와 있었음에도 매번 귀한 시간을 선물로 받았던 공부 자리가 내게도 있었다. 내/외적인 이유로 공부 자리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게 불가능해졌을 시기, 책마치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든 손을 보태고자 이틀동안 읽고 쓴 글이었음을 힘겹게 떠올려본다. 내게 허락되었던 그 하루, 이틀의 시간동안 글을 읽고 쓰면서 '다시 이 글로, 이 자리로 돌아올 것'을 내내 새겼지만 지금은 그곳이 어디인지, 돌아갈 수 있는 곳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별스러울 것 없는 쪽글이지만 글을 쓰면서, 또 쓰고 나서도 곡절이 많았던 이 글을 무심히 읽으며 그립고 보고 싶지만 연.. 2014. 10. 23. 지도에 없는 그곳에서, 블루스를 2014. 10. 20오래 전에 썼던 글의 원고를 우연히 발견해 여기에 올려둔다(덕분에 필름 카메라로 찍었던 사진 파일도 찾았다). 등단한 이듬해인 2008년 여름에 썼던 글이다. 당시 부산 문단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각종 토론회와 문학 행사에 참하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매일매일 무언가를 시도 했고 알 수 없는 막연한 느낌들로 충만했으며 아낌없이 배웠던 시절. 조금 들떠 있었던 것은 지역 문학에 대한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을 과도하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나를 찾는 사람과 나를 반기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조금도 두렵지 않았고 피로하지도 않았던 시절. 무척이나 성기고 그 때문에 과잉된 글이지만 한편으론 싱겁고 또 한편으론 싱그.. 2014. 10. 20. 매일매일 성실한 기적 2014. 10. 18 *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아니 여름을 넘어갈 때까지 나름대로 애를 써가며, 성실히 살았지만 내 삶은 점점 나빠져만 갔다. 기적은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내게 닥친 참혹하고 참담한 일들로 삶의 뿌리가 뽑혀나갔을 뿐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한 시인의 시집 해설을 쓰느라 보름 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여러모로 많은 이들에게 폐를 끼쳤다. 잠은 부족했지만 성실한 기적에 대한 희망이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 어리석은 시간이었다. 글로써, 관계 맻음의 노동으로 무언가를 증명하고 바꾸려는 애씀, 그 안간힘이 어리석은 일인지 몰랐던 여름, 베를린. 매일매일 성실한 시간을 보낸다면 관계도, 세계도 기적을 잉태할 수 있으리라는 어리석은 믿음에 기대어 썼던 어리석은 글 한 편. 그 여름,.. 2014. 10. 18. 우리들의 실패ぼくたちの失敗 2014. 10. 17. 13일~14일. 비가 오는 송도에서 종일 모리타 도지(森田童子)가 남겨놓은 앨범 8장을 반복해서 들었다. ぼく와 君(きみ)의 세계 사이에서 눅눅했고 가끔 질식했으며 내내 맴돌았다. 정처 없는 맴돎이 미로를 만든다는 것을 한없이 반복되는 소용돌이 속에서 얼핏 알게 되었다. 그걸 알게 된다고 해서 맴돎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로 속에서 빙글뱅글 돌다보면 노곤하고 나른해진다. 홀로 지뢰밭에 갇혀 있는 시간. 움직이거나 무언가를 건드리면 터진다. 산산조각 난다. 한 발자국도 뗄 수 없고 그 무엇도 건드릴 수 없으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 같은 자리를 맴돌다가 멈추고, 맴돌다가 멈춘다. 그러다 도리 없이 다시 같은 자리를 맴돈다. 森田童子Morita Doji, 'ぼくたちの失敗.. 2014. 10. 17.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43 다음